by최한나 기자
2010.10.20 07:29:46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의 최근작 `부자들의 음모`에는 부유한 사람들만의 리그가 소개된다.
부자들이 모여 자신들끼리의 규칙을 만들고 일반인을 현혹시키면서 이익을 챙긴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는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하지 않는 것, 알뜰히 모아 버는 범위 내에서 아껴쓰라고 권장하는 것 등이 모두 음모라며 이를 알지 못하는 일반인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밤사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최근 단행된 지급준비율 인상을 보고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겠다고 믿었던 전세계 금융시장은 기습적으로 `당했다`.
시장이 기습당한 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바로 지난 주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환율 방어를 이유로 금리 인상을 유보했다. 시장은 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중국의 금리 인상으로 위안화 절상에 힘이 실리면서 원화도 동반 절상이 불가피해졌다.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고수한 금리 동결 의지는 무색해졌다.
환율 문제를 두고 중국을 향해 이를 바득바득 갈아왔던 미국은 환율 조작국 지정을 미뤘다. 중국은 지준율을 인상한 지 한 주만에 전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음모라고까지 보기는 어려우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기와 방법이 선택됐다는 점에서 우리가 모르는 혹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모종의 논의가 있었다고 보기 충분한 정황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시장이 받을 영향이다. 미리 알고 준비하면 좋았겠으나 이제라도 분주히 움직여 최선의 대응책을 찾아야 할 때다.
당장은 득보다 실이 커 보인다. 유동성 장세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며 이미 조정 흐름에 진입한 증시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날 코스피는 1% 가까이 내리며 2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했다. 단기 이평선을 벗어나면서 투자심리가 한층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유동성 흡수는 외국인의 이머징 증시 이탈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아시아권 경제 중심국인 중국의 속도 조절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펀더멘털에 대한 외국인의 기대를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수급에 힘입어 1900선 맛보기에 성공했던 국내 증시로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이다.
원화 절상속도는 한층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1110원대로 낮아진 달러-원 환율이 1100원선 아래로 내려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수출기업들의 환율 방어력이 개선되고 상품 경쟁력이 강해졌다고는 하나 예상보다 빠른 원화 절상은 분명 위협 요인이다. 수출업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은 그보다 빨리 얼어버릴 수 있다.
단기적인 충격을 염두에 둬야겠다. 예상치 못한 재료는 타격이 큰 법이다. 밤사이 뉴욕 증시도 주요 지수 모두 1.5% 이상 하락하며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 경제가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관련 업종이 수혜를 보고, 유동성 거품을 사전에 차단해 더 큰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장기적인 이익이 투자자들의 공감을 얻을 때까지는 보수적인 대응이 유리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