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①삼성폰 약진에 세계가 경악
by조태현 기자
2009.12.27 10:26:47
글로벌 휴대폰시장 침체속 점유율 상승…`노키아 뒤통수 보인다`
글로벌 주요 권역서 모두 2위권 이내 포함
"스마트폰·터치폰으로 호조세 내년까지 이어간다"
[이데일리 조태현기자] 지난 한 해는 삼성전자에게 `위기이자 기회`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세계적 불황이 깊어지면서 제대로 된 경영계획도 수립하지 못한 채 출발한 2009년이었다. 하지만 그 성적표는 그야말로 눈부신 수준이다. 이름만으로도 경쟁자들을 주눅들게 했던 세계적 기업들조차도 주춤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사업은 각 분야에서 시장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외형상 나타난 매출과 이익 성장도 놀라운 수준이지만 삼성전자에 내재된 경쟁력은 이제 세계 경쟁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리고 긴장시키고 있다. 도대체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삼성전자 주요사업들의 올해 성과와 비결을 점검해본다.<편집자주>
"삼성전자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9월 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코비 글로벌 론칭 이벤트`. 이 행사는 삼성전자가 `코비 패밀리(Corby Family)` 휴대폰 3종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자리였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날 동작인식 홀로그램을 활용해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행사 도우미들이 홀로그램과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는 후문.
휴대전화 단일 제품 론칭 행사로는 대규모의 행사였다. 행사에는 당연히 수많은 외신기자들이 참석했다. 그리고 한 참석자는 그날 행사에 대해 이렇게 표현해냈다. "삼성전자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행사였다."
`코비`는 11월말 현재 판매량 35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출시한 휴대전화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의 판매추이다. `이유가 있는` 자신감이었던 셈이다.
전세계 휴대전화 제조사에게 올해는 매우 특별한 한 해였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말이다.
그동안 매년 두 자리수의 성장을 해오던 휴대전화 시장의 고속성장이 올해 멈춘 것이다. 올해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에따라 글로벌 휴대전화 제조사의 실적은 `수직하락`했다.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강자 노키아가 지난 3분기 13년만에 분기별 순손실을 기록했을 정도다.
한때 미국시장을 호령했던 모토로라와 프리미엄급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소니에릭슨의 실적도 악화일로였다.
특히 모토로라는 지난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줄어들며 소니에릭슨에 글로벌 4위 자리마저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모든 회사가 이같은 위기를 겪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한 회사들도 있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066570) 등 국내 제조사의 점유율 확대가 두드러진 한 해 였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의 약진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시장조사업체 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20.7%로 추산된다.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이후 글로벌 점유율 20%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1월 글로벌 점유율은 16.3%였다. 불과 2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점유율을 4.4%포인트 확대한 것이다.
아울러 LG전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동안 8.6%에서 10.9%로 성장했다. 반면 노키아의 점유율은 40.8%에서 37.4%로 하락했다.
국내 업체 점유율을 합하면 31.6%로 37.4%의 노키아와 어깨를 견줄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이다.
5대 글로벌 휴대전화 제조사 가운데 같은 기간 점유율 확대에 성공한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뿐이다. 소니에릭슨의 점유율은 7.9%에서 4.9%로 하락했으며, 모토로라는 9.7%에서 4.7%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호조세는 지역별로 분석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 SA에 따르면 삼성전자 점유율은 세계시장 전 권역에서 고르게 상승했다.
북미, 유럽, 중남미, 아시아·태평양, 중동·아프리카 등 전 세계 주요 권역에서 모두 2위권 이내 포함된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우선 삼성전자는 가장 큰 시장인 북미시장에서 5분기 연속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북미지역 점유율은 25.5%였다. 뒤를 LG전자(20.7%), 모토로라(16.7%), RIM(12.2%) 등이 이었다.
또 서유럽(25.4%)과 중부·동유럽(28.9%) 등 유럽 시장에서는 사상 최대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다.
이같은 점유율 확대는 그 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조사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중남미(20.4%)와 아시아 태평양(17.2%) 지역에서도 사상 최대 시장점유율과 출하량을 기록하며 글로벌 업체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국내 시장 선전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시장은 연간 규모가 2500만대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수량적으로는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 시장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가 존재하는 국내 시장에 대해 제조사가 들이는 `공`은 해외 시장의 그것을 능가한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현재 국내시장에서 50% 전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상 지배적인 제조사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77만대의 제품을 판매했다. 점유율로 계산하면 약 56% 수준. 이같은 점유율 수치는 지난 2년간 최고 수준이다.
2위 업체인 LG전자는 최대 33%, 일반적으로 20% 중반 정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3위 업체 팬택계열은 15% 전후의 점유율.
삼성전자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까다로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 애플의 `아이폰`의 국내 출시가 바로 그것. `아이폰` 열풍에 삼성전자의 11월 국내 시장 점유율은 50%로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에서 LG전자, 애플 등 경쟁사와의 경쟁을 어떻게 이겨나갈지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A는 삼성전자가 4분기에도 올해의 호조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SA 예측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분기에 역대 최대 출하량(6150만대)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성과는 시장에 따라 제품군을 다변화해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글로벌 플레이어`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북미·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풀터치스크린폰과 메시징폰 등의 라인업 다변화로 판매 성장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또 신흥시장에는 유통채널의 수요개선과 프로모션 등을 통해 수요 자체를 확대시킬 수 있었다. 이에따라 전략모델의 판매가 증가해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에서 동시에 판매가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지금의 성장기조를 유지하고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품 차별화, 신속한 소비자 대응, 사업자와의 협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과 터치폰 모델을 다양화하고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 주요 사업자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한편 국가별 특성에 맞는 특화 제품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