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한 기자
2008.12.10 07:24:09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뉴욕증시가 최근 이틀간의 급등 랠리를 접고, 9일(현지시간) 약세로 돌아섰다. 임박한 빅3 지원법안 처리를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짙어진데다, 단기적인 상승 랠리에 따른 차익매물이 점증하며 뉴욕증시가 사흘만에 하락 반전했다.
특송 서비스 업체인 페덱스(FedEx)의 부진한 실적전망이 개장초부터 지수를 압박했고, 美 공화당이 자동차 지원안에 대해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함에 따라 추가 랠리 기대감보다는 빅3 지원안의 의회통과 여부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확산됐다.
반도체칩 메이커들이 좋지않은 실적전망을 일제히 쏟아냈지만, 관련 종목들은 오히려 강세를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의 하락폭은 여타 지수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242.85포인트(2.72%) 하락한 8691.33으로 마감했고, 나스닥 지수는 24.40포인트(1.55%) 떨어진 1547.34를 기록했다.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도 21.03포인트(2.31%) 하락한 888.67로 장을 마쳤다.
뉴욕증시는 개장전 2시간전만 해도 지수 선물이 오름세를 유지했다. GM과 크라이슬러, 포드 등 소위 자동차 빅3에 대한 자금지원이 조만간 의회를 통과할 것이란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개장직전 페덱스의 부진한 이익전망이 부각되면서 뉴욕증시는 하락세로 장을 출발, 장중 낙폭을 늘린 끝에 사흘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페덱스는 전일 장마감 직후 2009 회계연도 이익전망을 주당 3.50~4.75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월가 16명의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5.23%를 하회하는 수치이다.
특히 페덱스의 경우 회사실적이 경기상황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부진한 이익전망은 투자자들의 경기불안감을 자극하는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페덱스의 주가는 13% 급락했고 경쟁사인 UPS도 7%의 하락율을 나타내고 있다.
뉴욕증시가 최근 이틀간 급등한데다 지난 11월 하순 이후 상승폭이 적지 않아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던 상황에서, 페덱스의 부진한 실적전망은 차익매물 출회의 빌미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술주들은 부진한 이익전망에도 강세를 나타내 주목을 받았다.
칩메이커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는 전일 장마감 직후 이번 분기 매출과 이익 규모가 이전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지만 주가는 5%대의 오름세를 보였다.
또 칩메이커인 브로드컴(Broadcom)은 이번 분기실적이 당초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7% 가까이 상승했고, 알테라(Altera)도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란 발표에도 불구하고 5.63% 올랐다.
역시 칩메이커인 내쇼널세미컨덕터(National Semiconductor)도 2분기 판매가 급락한데다, 이번 분기 실적도 예상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주가는 오히려 13% 이상 급등했다.
이에 힘입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84% 상승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여타 다른 지수에 비해 적었다.
일본의 전자부품업체인 소니의 경우엔 전세계적으로 8000명의 감원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3%대의 오름세로 마감했다. 통상 감원소식은 회사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인 만큼 주가에는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미 의회의 자동차 지원안 표결이 임박한 가운데 공화당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이날 뉴욕증시에선 표결처리를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늘어났다.
민주당 해리 리드(Reid) 상원 원내대표는 "빅3 자금지원을 둘러싼 논쟁이 몇시간내로 해결될 것"이라며 "의회는 오늘이나 내일중 지원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원내대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번 지금지원 이후 몇달 또는 몇년뒤 국민들의 세금을 추가로 요구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며 자동차업계지원방안이 결점 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전일 16~17%의 급등세를 보인 포드와 GM은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요구 점증에다 의회표결 처리를 둘러싼 관망세로 이날은 약세로 전환, 각각 3.23%와 4.67%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 발표된 10월 잠정주택 판매(pending home sales)는 0.7%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같은 감소폭은 월가의 전망치는 2.5~3%에 비해선 적은 수치였다. 잠정주택 판매는 기존 주택판매의 선행지표로 인식된다.
이같은 결과는 유럽증시에는 호재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매물과 빅3 구제안에 대한 신중론이 맞물리면서 뉴욕증시에선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