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전설리 기자
2008.04.30 07:24:12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예상대로였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결정과 1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은 섣부른 움직임을 자제했다. 뉴욕 증시는 사흘째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대도시 집값이 사상최대 하락폭으로 떨어졌고, 소비심리가 5년래 최저 수준으로 꽁꽁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투자심리는 크게 동요되지 않았다. 장중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결국은 낙폭을 만회했다.
통상 금리인하를 먹고 자라는 주식시장이지만 최근의 소망은 사뭇 다르다. 금리결정을 하루 앞두고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경고성 발언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먼저 `채권왕` 빌 그로스가 나섰다. 그는 이날 핌코의 웹사이트를 통해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의 금리인하는 도움이 되기 보다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켓워치의 수석 컬럼니스트인 어윈 켈너(Irwin Kellner)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중단이 빠르면 빠를수록 미국 경제는 더 빨리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은 지난 해 9월부터 총 여섯 차례에 걸쳐 300bp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이로 인한 달러 약세와 유가 및 상품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왔다.
고용시장 위축으로 일자리를 잃고, 주택가격 급락으로 상심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 온도는 더욱 뼈저렸다.
실제로 이날 컨퍼런스보드의 집계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향후 12개월 동안 물가가 6.8%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한 이후 최대폭이다.
월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더욱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더 이상의 금리인하를 환영하지 않는 배경이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시간 차이를 두고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제 행동을 멈추고 관망해야 할 때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기대보다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평소와 달리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연준이 경기후퇴(recession)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와코비아 증권의 앨 골드만 수석 시장전략가는 "25bp 인하 전망이 대세"라며 "연준이 25bp의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당분간 동결 의지를 시사하면 투자자들이 기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발론 파트너스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더라도 시장은 미국 경제의 견조함으로 해석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연준이 금리를 50bp 인하하고, 금리인하 중단도 시사하지 않는다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시장은 이를 미국 경제가 추가 부양이 필요할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