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의 충고 "날 너무 믿지 마세요"
by조선일보 기자
2008.02.02 12:28:28
무조건 세탁기? 아니면 세탁소? 모르면 옷 버리는 ''겨울철 세탁 법칙''
[조선일보 제공] 두꺼운 겨울 외투에 묻은 커피 자국. 빨리 세탁소에 맡겨 드라이클리닝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떠오른다. 어지간한 겨울 빨랫감은 세탁소로 보내는 게 일상화됐지만 간혹 값비싼 드라이클리닝이 오히려 독(毒)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드라이클리닝을 피해야 하는 대표적인 의류는 오리털이나 거위털로 만든 다운 점퍼. 드라이클리닝 때 깃털에 있는 유분(油分)이 빠져나가 깃털이 부스러지거나 푸석푸석해질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물빨래를 하는 게 좋다. 깃털에 세탁세제가 남을 수 있어 여러 번 깨끗한 물로 헹궈야 한다.
빨래 후에는 보온성을 높이기 위해 섬유 사이의 공기층을 복원해줘야 한다. 말린 상태에서 손이나 막대로 가볍게 두드려주면 옷이 부풀어 올라 원상태로 돌아간다. 꼭 세탁소에 맡기고 싶다면 다운 점퍼를 전문적으로 세탁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기능성 의류인 스키복과 등산복은 가급적 세탁을 자주 안 하는 게 좋다. 방수(防水)가 생명인 스키복을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옷감 표면의 방수막이 손상된다. 스키장에서 돌아와서는 오염된 부분만 물걸레로 닦아내는 게 좋다. 스키시즌이 완전히 끝난 후 중성세제를 사용해 가볍게 손빨래하면 된다. 이때 표백제와 섬유유연제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스키복 표면에 코팅된 얇은 방수막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수막이 손상됐다면 등산용품점 등에서 '방수 스프레이'를 구입해 뿌려주면 방수 기능을 비교적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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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복도 드라이클리닝을 해선 안 된다. 방수, 투습, 방풍 등의 기능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주로 입는 쿨맥스 소재의 등산복은 원형 보존성이 뛰어나고 탈색 염려가 없어 세탁기를 이용해 집에서 세탁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가을·겨울철에 주로 입는 고어텍스 소재는 얇은 막을 제품 표면에 발라 놓은 형태이기 때문에 세탁 때 힘을 주거나 비틀면 안 된다. 더러워진 부분만 중성세제를 이용해 부분 세탁하거나 전체 세탁을 할 때도 가볍게 문질러야 한다.
무스탕과 스웨이드 같은 가죽 옷의 경우 얼룩이 생기면 잘 지워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드라이클리닝을 자주 하면 유분이 빠져 원형 보존이 어렵다. 최대한 깨끗하게 입고 수시로 건조시켜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얼룩이 졌을 때는 고무지우개나 우유를 묻힌 거즈로 닦아내면 좋다. 때가 심한 목둘레나 소맷부리는 알코올을 묻힌 가제로 문질러 닦는다.
세탁 프랜차이즈 전문점 크린토피아 서정범 팀장은 "오염이 심할 경우에는 전문업체에 가져가 얼룩의 종류에 맞게 세탁을 의뢰하는 것이 좋다"며 "일반 드라이클리닝이 아닌 전문적인 수작업을 요청하는 것이 옷감 보호에 안전하다"고 말했다.
벨벳 소재로 된 쿠션 덮개나 소파는 생활용품이기 때문에 물세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벨벳을 물세탁하면 털이 좌우로 처지거나 빠져 완전히 못 쓰게 된다. 세탁소에 맡겨 드라이클리닝을 하는 게 안전하다.
대부분의 침구류는 물빨래가 가능하지만 양모나 공단(貢緞·일종의 고급 비단) 등으로 된 제품은 물세탁 때 천이 망가지거나 양모가 뭉칠 수 있다. 면 소재 침구라도 원색계열로 염색된 경우 자칫 물이 빠져 함께 빨래한 다른 의류를 못 쓰게 만들 수 있다. 또 질 나쁜 염료를 사용한 경우에도 세탁 때 주의해야 한다.
목 부위에 가죽을 덧댄 점퍼처럼 여러 소재를 함께 사용한 의류는 한 가지 방식으로 세탁할 경우 자칫 옷감이 상할 수 있다. 각 소재의 특성을 파악해 부분별로 세탁하거나 전문 세탁업체에 맡겨야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