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6.11.15 07:13:42
11·15 정부대책과 문제점
대출규제 지방도시로 확대… 효과엔 의문
“강남 재건축 규제 풀어 수요흡수 실패한 양도세·보유세 정책 손대야”
[조선일보 제공] 15일 정부가 발표할 부동산 종합대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엉터리 원인 진단과 처방이 많아, 결국 집값만 올린 주택정책으로 판정난 ‘8.31대책’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당초 초고강도로 예상됐던 대출규제도 내년 선거를 의식한 듯 규제 수준이 상당히 낮아졌다. 자칫 ‘정부 주택대책=집값 폭등’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집값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출규제 용두사미로 끝나
현재 투기지역의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대해 40%의 비율로 적용되고 있는 총부채 상환 비율(DTI)을 그대로 유지한 채 대상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투기지역은 서울 강남구 등 78개 시·군·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 지역과 나머지 5개 광역시, 충남 천안 등 9개 시·군으로, 주택투기지역보다 범위가 넓다. 서울에서는 도봉구와 노원구, 중랑구, 동대문구, 서대문구와 경기도·인천의 상당수 지역이 새로 DTI 규제를 받는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투기지역 아파트에 대한 LTV(주택 시가 대비 담보인정비율)를 현재 60~70%에서 50%로 하향 조정한다. 비(非)투기지역 LTV는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는 6억원 이상 주택이 많지 않고 ‘하나마나한 정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자칫 6억원 이하 저렴한 아파트로 매수세를 몰아주는 효과를 내면서 집값을 다시 밀어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을 이용 사업자금 조달을 하는 자영업자·영세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한 저축은행의 관계자는 “금리가 비싸 돈이 급한 자영업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집값 잡는다고 영세업체만 잡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도시 공급확대, 3~4년 후 효과
정부의 공급대책은 확정됐다. 신도시를 고밀도로 개발해 최대 11만 가구 정도를 추가로 공급하고 기반시설 지원비를 국고에서 지원, 분양가를 최대 30% 낮춘다는 것이다. 다가구·다세대주택, 오피스텔, 주상복합아파트 규제를 완화해 주택공급을 늘린다.
계획관리지역(옛 준농림지)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연면적 비율)도 완화, 민간업체들의 주택공급도 확대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공급확대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한다면 3~4년 후에는 집값 안정에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원대 박환용 교수는 “다가구나 오피스텔 규제완화는 주거환경만 악화시킬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후(後)분양제는 공급 물량을 오히려 줄이는 효과가 있는 만큼 시행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는 “2010년이 넘으면 수도권 외곽은 집이 넘쳐 나고 강남권은 주택이 부족, 가격이 오르는 양극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의 덫에서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주택시장 안정은 요원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집값 급등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정부가 단기간에 집값을 잡겠다는 조급증에 빠져 아마추어적 규제를 남발한 탓이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는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로 전 세계적으로 집값이 폭등했는데도 노무현 정부는 ‘투기꾼이 집값을 올렸다’는 진단에 근거해 규제를 남발, 문제가 점점 꼬이고 있다”며 “발상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주택시장의 매물 부족을 초래, 집값 급등과 전세난을 초래했던 양도세·보유세 문제도 손을 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건국대 조주현 교수는 “실패한 정책을 고집할 게 아니라 세제 등 정책 전반의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며 “신도시 공급이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완화해 매물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공급을 늘리는 시장 메커니즘 회복도 필수적이다. 건국대 손재영 교수는 “그린벨트를 풀어서 강남 수요를 견인할 수 있는 택지를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서승환 교수는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강남권 재(再)건축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DTI(Debt-to-Income·총부채 상환비율) : 소득과 대출기간에 따라 대출액을 제한하는 것. 소득이 많고 대출기간이 길수록 대출 상한액이 늘어난다. 현재 정부는 투기지역 내 6억원 초과의 주택에 대해 DTI를 4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연간 소득이 1억원이면 연 4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사람이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20년 만기로, 최대 3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LTV(Loan-to-Value·주택담보 인정비율) : 은행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 대비 대출가능 한도다. 현재 은행·보험사의 LTV는 투기지역 40%, 비(非)투기지역 60%이다.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의 LTV는 투기지역 60%, 비투기지역 70%가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