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희석 기자
2000.08.17 08:58:58
그동안 주식시장을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었던 요소들이 하나둘씩 해소되고 있다. 미국증시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는가 하면, 국내 기업들도 상반기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논쟁 및 현대그룹 문제로 빚어졌던 증시여건이 바야흐로 달라지는 분위기다. 이러한 분위기 전환에도 불구하고 증시 내부적으로는 수급불안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상반기 실적 호조이면에는 하반기 성장둔화 및 중견기업들의 자금난 등이 도사리고 있다.
오늘 증시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요소들을 점검해 본다.
◇美반도체주 상승세- 반도체 관련기업에 긍정적
나스닥시장에서 반도체 관련주가 상승흐름을 지속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 관련기업들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새벽에 마감한 나스닥시장에서 고속 통신용 칩 제조업체인 아날로그 디바이스사는 예상을 웃도는 실적발표에 힘입어 반도체 주식의 상승을 선도했다. 일본 마쓰시다전기가 캠코더 DVD 휴대폰의 반도체 부품 공급차질로 인해 전분기에 매출손실을 입었다는 소식도 반도체 수요가 여전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호전과 함께 증권사들은 반도체 리포트를 통해 앞으로의 수익을 상향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전환은 반도체 논쟁에 휩쓸려 약세를 면치 못했던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 및 반도체 장비업체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 실적 사상 최대치- 실적장세 기대감 고조
12월 결산 상장기업과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됐다. 상장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10조원을 웃돌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등록기업들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이 81%나 증가하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이러한 실적은 예상치를 통해서도 알려졌으나 정작 주가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금융불안 및 현대그룹 문제가 투자심리를 옥죄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그룹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그 동안 부각되지 못했던 기업들의 실적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기가 정점에 임박했고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실적증가세가 둔화되리라는 점 등은 또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개드는 자금난 심화- 반등심리에 부담될 듯
중견기업의 자금난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5월말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뒤 금융기관들이 초우량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에 신규대출을 피하고 있는데다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회수하고 있다.
이러한 자금사정 악화는 금융시장이 불안해 시중자금이 단기상품으로 몰리고, 최대 회사채 인수기관인 투신사가 자금여력이 없으며, 하반기 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우려감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업구조조정과 금융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해 기업부실- 금융부실-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가시화되거나 시장참여자들의 확신으로 이어지기 까지는 다소의 시간과 진통이 필요한 형편이다.
◇증시 유동성 보강 기대난- 자생력 강도는 제자리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시장내 고객예탁금의 수위는 8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거래량도 한계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유동성 보강 지연으로 증시 자생력 강도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9월이후 가시화할 은행권을 필두로한 2차 금융권 구조조정과 내년 금융소득 종합과세 시행등을 앞두고 우량 금융기관으로의 자금이동이 본격화 할 것으로 보여 국내 기관들의 주식투자 여력이 상당히 소진돼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외국인 및 국내기관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고 있어 개인들의 유동성만으로 장세를 이끌어가기에는 힘겨운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