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리, 커피는 타먹자” 봉지 뜯는 직장인들…10년 만에 달라진 풍경
by이로원 기자
2024.12.09 06:25:08
내리막 타던 믹스커피…10년 만에 매출↑
불경기로 기업·가정서 수요 급증
일부 해외 관광객 효과도 작용 “K-드라마 영향”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달달한 사무실 커피의 대명사’ 믹스커피의 올해 판매량이 10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불경기 영향으로 사무실과 가정에서 믹스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이 공급하는 맥심모카골드·슈프림골드 등 믹스커피 판매량은 지난달 기준 전년대비 2.2% 증가했다. 연말에 판매량이 다소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도 올해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 커피시장은 크게 액체로 된 RTD(즉석음용음료)와 가루 형태의 조제커피로 나뉜다. 조제커피는 설탕과 크림 등 첨가물이 포함된 맥심포카골드 같은 믹스커피와 첨가물이 포함되지 않은 카누 같은 커피로 다시 분류된다.
동서식품의 국내 믹스커피 시장점유율은 80~90%에 달한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동서식품의 믹스커피 판매량은 최근 10년간 매년 2~3%씩 감소해 왔다. 원두커피가 등장하면서 믹스커피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내리막을 타던 동서식품의 믹스커피 판매량이 증가세로 돌아선 원인은 불경기가 꼽힌다. 업계에선 기업들이 영업 실적 악화와 경기 침체를 이유로 사무실에 비치하는 믹스커피를 늘렸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법인 카드 한도나 개인 복지 혜택을 줄이는 기업들이 늘면서 밖에서 사먹는 드립커피 대신 사무실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믹스커피를 택하는 직원들이 증가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불경기로 가정에서도 믹스커피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집에서 원두커피를 내려 마시는 수요가 급증했으나,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계 비용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5잔 가량을 만들 수 있는 250g(그램)짜리 가정용 원두 가격이 평균 2만원대로 잔당 1000원 정도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커피 원산지의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국제 원두 가격은 최근 47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일부 해외 관광객 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1374만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54.7% 증가했다. 이들 관광객이 기념품으로 믹스커피를 구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 업체 민텔 코리아 백종현 지사장은 “한국 드라마에서 믹스커피 등이 노출되면서 판매량 증가에 일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국내 믹스커피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동서식품은 맥심 모카골드와 같은 장수 브랜드의 판매량이 더 견고해진 가운데 2021년 출시한 슈프림골드에 대한 소비도 뒷받침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믹스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라 판매량이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올해 믹스커피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