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2.15 05:00:00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그제 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무능한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또 “4월 10일은 복합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미약하지만 국민들과 함께 큰 돌을 들겠다”며 사실상 총선 출마를 확인했다. 자녀입시비리와 감찰무마 혐의로 최근 2심 재판에서 1심 때와 같은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상태에서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2월 기소됐지만 아직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아 출마에 법적 제약이 없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과연 이런 말과 행동을 할 자격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뒤 “법률적 해명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 회복의 길을 찾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총선 출마를 시사해 왔다. 형법을 전공한 저명한 학자이자 고위 관료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치를 존중해야 할 그가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정치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한 것이다. 반성은커녕 정치범 코스프레를 벌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후안무치다.
실형을 선고받거나 재판 중이면서도 총선에 나설 유력 정치인들은 널려 있다.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으로 3년 징역을 선고받은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이미 당의 공천적격 판정을 받았다. 뇌물수수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같은 당의 노웅래 의원 역시 심사를 통과해 출마를 앞두고 있다.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옥중에서 정치검찰해체당 창당을 선언한 데 이어 비례정당 소속으로 당선을 꿈꾸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예비후보자 1천100여명까지 포함하면 전과는 물론 재판을 받는 중에도 의원직을 노리는 범법자 정치인이 수백명에 이른다. 한 일간지는 예비후보자 10명 중 4명이 전과 기록을 갖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공천 기준을 대폭 강화해 범법자 등을 걸러내고 있지만 정치권 전체로 보면 납득할 수 없는 인물들이 속속 얼굴을 내밀고 있다. 법치 농락이자 국민을 얕보는 처사다. 국회가 범법자들의 도피처가 돼서는 안 된다. 정치인들의 일탈과 위선을 뿌리 뽑지 못하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후보자들의 감언이설과 거짓 눈물을 국민이 준엄하게 심판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