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 재정위기發 인플레 경고...빚더미 한국, 남의 일인가

by논설 위원
2024.01.09 05:00:00

경제학계 최대 행사인 ‘전미경제학회(AEA)연례총회 2024’에서 석학들과 통화정책 담당자들이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최근 미국 장기국채 금리 하락으로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금융 환경이 완화적으로 전환돼 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있고,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망 충격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 연준(Fed)의 조기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국내외 시장에는 일종의 경종인 셈이다.

눈길을 끄는 건 과도한 재정지출과 정부 부채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크리스토퍼 심슨 프린스턴대 교수는 “코로나 보조금, 인플레이션감축법(IRA)보조금으로 재정적자가 더 심각해졌다”며 재정 개혁 없이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이 신뢰를 잃고 무분별한 재정지출로 살인적 고물가가 지속됐던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미 연방정부 부채는 갈수록 불어나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대비 122%를 넘어선 실정이다.



미국 경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는 한국으로선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한국의 부채상황은 GDP 대비 가계·기업 부채비율이 각각 101%, 125%로 미국(71%,76%)보다 훨씬 높다. 특히 정부부채는 문재인 정부 시절 400조원 가까이 급등하며 GDP의 50%에 달해 올해 국채 이자 상환에만 27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달러를 마음대로 찍을 수 있는 기축통화국 미국조차 정부부채발 위기 가능성을 심각히 보고 있는데 대외 환경에 극히 취약한 한국은 위기 불감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선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통화정책에 제약이 많은 한국으로선 정부와 가계, 기업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하는 일이 급선무다. 빚에 짓눌려 이자 부담이 급등하고 그에 따라 적자가 쌓여 또다시 부채를 늘려야 하는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에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은 각성해야 한다. 특히 적자 규모를 GDP의 3% 이내로 묶는 재정준칙 법제화에 계속 몽니를 부리고 있는 거대 야당의 각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