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12.20 05:00:00
서울 서초구가 이르면 내년 1월 말부터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현재의 매월 2·4주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한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초다. 서초구는 이를 위해 20일 구청과 대형마트업계 및 중소상인연합회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생협약을 체결한다. 협약에는 휴업일 변경과 함께 중소유통업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형마트들과의 공동 마케팅 및 상품개발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기초자치단체인 서초구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서울 전역 확산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동시장 등 대형 재래시장을 끼고 있는 동대문구에서도 의무휴업일 변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다른 구들이 뒤따를 경우 일요일 의무휴업 족쇄는 잇따라 풀릴 가능성이 크다. 골목상권 보호와 마트 근로자들의 건강권 등을 이유로 2012년 도입된 후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 제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 셈이다.
서초구의 결정에는 앞서 휴업일을 변경한 대구시(2월)와 충북 청주시(5월)의 성과가 본보기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구시의 경우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6개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전통시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3%, 소매업 매출은 19.8% 늘어났다. 특히 음식점(25.1%), 편의점(23.1%)등 소규모 자영업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의무휴업일을 바꾸지 않은 부산 경남 지역의 동종업종에 비해서도 매출이 호조를 보여 상생 효과가 작지 않았다.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600명 중 525명(87.1%)이 평일 전환을 긍정 평가했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 등을 감안하면 의무휴업 족쇄는 평일 전환을 넘어 걷어내는 게 옳다. 전자상거래가 시장을 장악하고 해외 직구가 일상적 장보기로 뿌리내린 현실에서 마트를 공룡으로 적대시하고 손발을 묶는 건 합리적 처사가 아니다. 유통학회 조사에서는 마트 점포 1개가 문을 닫으면 반경 0~3㎞ 상권에서 매출이 285억원 줄고 일자리가 1374개 없어진다는 결과도 나와 있다. 중소상인 보호와 상생을 위한 대책이 전제돼야 하지만 국민 전체의 편익을 염두에 둔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