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유정복 공약인데…헛도는 ‘9호선 직결’ 무산되나

by이종일 기자
2023.04.06 06:00:00

대광위 회의, 인천·서울시 합의 불발
운영비 부담 두고 양측 입장차 ''팽팽''
서울시 "인천시가 운영비의 80% 내야"
인천시 "서울시 사업에 예산 부담 못해"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유정복·오세훈 시장.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공약한 서울지하철 9호선의 공항철도 직결이 헛돌고 있다. 서울시와 인천시의 사업비 분담 갈등이 지속하면서 9호선 직결사업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4일 인천시, 서울시에 따르면 양 지자체는 지난달 16일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주재한 회의에서 9호선 직결 사업비 분담을 협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서 서울시는 직결열차 운영비로 매년 88억원이 필요하고 이 중 80%(70억4000만원)를 인천시가 내면 나머지 20%(17억6000만원)를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시는 시설비로 40억원 정도를 낼 수 있지만 운영비는 한 푼도 낼 수 없다며 대립했다. 대광위가 조정안을 마련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찬성한 반면 인천시는 반대해 답보상태가 됐다. 88억원은 2020년 기준으로 산출한 연간 운영비로 향후 물가인상 등을 반영하면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9호선 직결사업은 1999년부터 국토부와 서울시에 의해 추진됐다. 서울 중앙보훈병원역~김포공항역~개화역을 오가는 9호선은 당시 서울시민의 인천공항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김포공항역을 거쳐 인천공항2터미널역까지 운행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김포공항역에서 인천공항2터미널역까지는 공항철도 철로를 활용해야 하는데 서울지하철 철로와 전압이 달라 기존 9호선 전동차는 공항철도 철로를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토부와 서울시는 양 철로를 혼용할 수 있는 직결열차를 별도로 제작하기로 했다.

2015년 용역보고서 기준에 따라 직결열차는 6량짜리 8편성(배차간격 35분) 운행으로 논의됐다. 4편성은 국토부와 서울시가 제작하고 나머지 4편성은 공항철도㈜가 제작비를 내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언급한 88억원은 4편성 운영비이다.



국토부는 ‘도시철도의 건설과 지원에 관한 기준’(행정규칙)상 도시철도 운영비 지원이 불가능해 직결열차 운영기관이 운영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기준에는 ‘(대광위가)운영비는 원칙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사업주체인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직결사업이 확정되면 운영은 서울시가 맡게 돼 관련 예산을 부담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이 사업에 연간 운영비로 80억원 이상을 집행할 정도의 정책 수요가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민은 직결열차에 대한 요구가 없다”며 “이것 말고 다른 노선에 대한 수요가 많아 직결사업 순위는 뒤로 밀린다”고 말했다. 이어 “직결열차는 인천시민 다수가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인천시에 운영비를 요구했다”며 “운영비를 못내는 인천시와는 협상이 어렵다. 대광위 조정안 마련에 서울시는 동의했지만 인천시가 반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9호선 직결은 윤석열 대통령과 유정복 시장의 공약사업이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약하지 않았다. 이 사업이 무산되면 인천에서는 윤 대통령과 유 시장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질 수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서울시의 9호선 건설사업을 인가할 때 직결이 포함됐다. 서울시 사업에 운영비를 낼 수 없다”며 “매년 70억원 이상을 운영비로 지원할 여건도 안돼 조정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와의 이견이 커 실무협상으로는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며 “유정복 시장이 오세훈 시장과 종종 호프미팅(식사자리)에서 현안을 논의하니 향후 정무적으로 풀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광위 관계자는 “직결사업 시설비는 국토부가 40%를 부담한다”며 “서울시와 인천시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게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