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실질임금 5.5%↓…최저임금 충돌 예고

by최정훈 기자
2023.03.31 05:00:00

고용부, 사업체 노동력 조사
실질임금 10개월 연속 내렸는데
경기침체로 대기업 성과급도 뚝
오늘 내년 최저임금 심의 절차 개시
"대폭 인상" "동결·인하" 충돌 전망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올해 1월 물가를 반영한 직장인의 실질임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된 고물가에 10개월 연속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들던 상황에서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대기업의 성과급이 대폭 축소된 영향이다.

실질임금의 계속된 하락으로 곧 시작하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어느 때보다 뜨거워질 전망이다. 노동계는 실질임금 하락을 이유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경영계는 경기침체를 이유로 동결 또는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 1만원까지는 380원이 남았다.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임금 총액은 469만4000원으로 전년동월대비 0.6%(2만8000원) 감소했다. 고용부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연초에 지급되는 대기업의 특별급여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봤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상용근로자의 경우 지난해보다 정액급여(+13만1000원), 초과급여(+4000원) 증가했지만, 특별급여(-14만8000원) 감소하면서 임금 총액 자체가 감소했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1인당 임금총액은 386만9000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1.2%(4만6000원) 늘었다. 그러나 300인 이상 대기업은 876만9000원으로 5.2%(47만9000원) 크게 줄었다.

물가 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의 하락 폭은 더 컸다. 실질임금은 작년 4월부터 10개월째 하락 기조를 유지했는데, 작년말까지 0.3~2.0% 수준이던 하락 폭도 올 1월엔 5.5%로 높아졌다. 명세서에 찍힌 올해 1월 임금은 전년대비 2만8000원 줄었지만, 물가를 반영해보니 24만7000원이 줄어든 셈이라는 얘기다.

정향숙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작년 1월에는 코로나19 이후 밀렸던 성과급 등이 한꺼번에 지급되면서 특별급여 상승률이 크게 올랐다”며 “반면 올해는 기저효과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축소되면서 특별급여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물가에 경기침체까지 맞물려 실질임금이 급격히 줄어들자, 심의 시작을 앞둔 내년도 최저임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31일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기 위한 심의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요청할 예정이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라 고용부 장관은 매년 3월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최대 화두도 실질임금이다. 특히 내년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전액 산입되는 첫해다. 앞서 2018년 국회는 경영계 요구를 수용해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했다.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돼 내년이면 전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고물가로 인한 실질임금뿐 아니라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에도 노동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9620원)보다 약 26% 높은 1만2000원가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경영계는 경기침체를 이유로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저임금 1만원은 올해 최저임금(9620원)에서 380원(3.95%)을 인상하면 된다.

한편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도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최임위는 고용부에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최종 보고서가 최임위에 제출되면 관련 논의가 폭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올해는 최저임금 수준 논의와 동시에 업종별 구분에 대해서도 연구조사를 토대로 실사구시적인 사회 논의가 진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