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유가 폭락·금리 역전…쏟아진 침체 신호에 나스닥 1%↓
by김정남 기자
2022.07.13 06:15:34
금융시장 곳곳서 쏟아지는 침체 경고등
유가 8% 안팎 폭락…금리 여전 장기화
유럽 어쩌나…유로·달러 20년래 첫 패리티
''인플레 잘 버텼을까''…기업 실적 촉각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또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금융시장 곳곳에서 경기 침체 경고등이 켜지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커졌다.
1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62% 하락한 3만981.33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92% 내린 3818.80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95% 떨어진 1만1264.73을 기록했다.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0.22% 내렸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 끝에 장 막판 고꾸라졌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에 투자 심리가 악화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대표적인 방증이다. 이날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2.899%까지 떨어지면서 2.9%대마저 무너졌다.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줄곧 3% 초반대에서 거래됐다. 2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높은 역전의 정도가 더 심화한 것이다.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 역전 현상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원유시장 역시 이날 내내 패닉에 휩싸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7.9% 급락한 배럴당 95.84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9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 역시 장중 배럴당 100달러 아래에서 거래됐다. 월가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안전자산 선호와 위험자산 회피 기류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20년 만에 처음 패리티(parity·1대1 교환)를 나타냈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유로당 0.9998달러를 기록했다. 1유로를 1달러에 못 미치는 가격에 사겠다는 호가가 나온 것이다. 2002년 12월 이후 거의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경기 침체 우려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의 달러화에는 오히려 돈이 몰리고 있는데, 유로화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화가 달러화에 맞설 만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 받았던 게 무색한 수준이다. CIBC 캐피털마켓의 제레미 스트레치 FX전략 책임자는 유로·달러 패리티를 두고 “유럽 전체에 걸친 침체의 공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나온 전미자영업연맹(NFIB)의 지표는 부진했다. 올해 6월 소기업 낙관지수는 89.5로 전월(93.1) 대비 하락했다. 2013년 1월 이후 가장 낮다. 미국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월가는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에하나 CPI 상승률이 9%를 돌파할 경우 금융시장은 더 휘청일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아울러 이번주부터 본격화하는 기업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초인플레이션이 만연한 와중에 기업들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마라톤 자산운용을 운영하는 브루스 리차즈는 “기업들은 모든 측면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침체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달러화 초강세가 기업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해외 매출액의 달러화 환산 규모가 작아지는 탓이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소폭 상승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18% 오른 7209.86을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0.57%,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80% 각각 상승했다. 유로 Stoxx 50 지수는 0.44%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