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힘만 빼면 끝이라고?…수사기관 전부 '권력의 수족' 전락할지도"[스페셜리포트...
by이배운 기자
2022.04.25 06:30:00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정리=이배운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이 현실화하더라도 ‘무소불위 권력’ 의 견제라는 명분은 퇴색되고 오히려 또 다른 권력 기관을 탄생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민주당이 문재인정권 기간 저지른 잘못들을 검수완박을 통해 뭉개겠다는 시도도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 사진=정웅석 회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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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특별수사본부를 만들어 현직 검사들을 투입하면 검찰보다 더 강력한 조직이 탄생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수사 세계를 너무 잘 아는 사람이다. 중재안대로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설치하면 법무부 장관의 휘하에 들어가게 된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동훈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조직에 소위 ‘잘나가는’ 특수부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을 배치하면 사법적 통제는 거의 없는 또 다른 무서운 조직이 탄생하게 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경우 정권 말기에 생겨난 기관인데다 공수처장이 판사 출신인 만큼, 검사들이 공수처 이직에 거부감을 느껴 결과적으로 수사 전문성 측면에서 위협적인 기관이 되지 못했다. 반면, 새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만들어지는 중수청은 능력 있는 검사와 수사관들이 앞다퉈 이직하려 할 것이다. 힘 빠진 검찰 조직 대신 경험이 풍부한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중수청에 자리를 꿰차는 셈이다. 검찰 특수부에 속한 검사는 인사시즌에 부서 이동이라도 이뤄지지만, 중수청에 들어가는 순간 평생 특수부 검사처럼 일하게 된다.
윤 당선인은 ‘검찰 독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소위 말하는 ‘개딸’(‘개혁의 딸’의 준말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지지자를 일컫는 말)들은 검찰을 없애버리면 모든 게 다 끝날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은 경찰, 중수청, 공수처 등 수사 기관이 전부 윤 당선인의 수족이 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권한이 분산된 기관은 대통령이 더욱 다루기 쉬워지고 기관들의 충성 경쟁은 더욱 과열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새 정권이 항상 깨끗하고 권력 남용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는 점이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남용되기 마련이다. 권력이 남용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힘없는 일반 국민이다. 설령 새 정권이 그런 일탈을 안 한다고 해도 그 다음 정권에선 또 모르는 일이다.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체계화된 제도를 가능한 한 일순간에 바꾸지 않으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권력은 제도를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 하고 결국 그 과정에서는 힘없는 국민만 혼란을 겪고 고통 받게 마련이다.
중재안에 담긴 ‘보완 수사 제한 규정’도 문제다. 중재안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보완권은 유지했지만 범죄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는 금지했다. 검찰의 별건 수사를 막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수사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범죄가 많이 발견될 수 있다. 현재 중재안 대로면 검찰이 송치된 사건을 수사하다가 새로운 범죄혐의가 나오면 사건을 다시 경찰로 보내야 한다. 경찰의 과잉 수사를 부추기고 사건 수사가 검찰과 경찰 간 ‘핑퐁’ 게임으로 지연될 수 있는 것이다. 애초 가중주의(경합범을 벌할 경우,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여러 가지 죄 가운데 가장 무거운 죄에 형을 더해 처벌하는 방식)를 채택한 우리나라 형법의 원칙과도 어긋난다. 중재안이 세심한 고민 없이 졸속으로 만들어졌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동안 검찰은 정치적인 사안을 수사할 때마다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권력에 순응한 검사들이 등장하면서 불신을 키웠고 결국 민주당의 검수완박 논의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검찰을 없애는 것이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 통제 장치를 마련하고 ‘정치검사’들은 발붙이지 못하도록 인사체계를 개편하는 일이 급선무다. 검찰의 권력을 빼앗아 다른 기관에 나눠주더라도 결국 그 기관들이 권력을 남용할 가능성이 높다.
△1961년 광주광역시 출생 △연세대 법학 학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석·박사 △서경대 사회과학대 법학과 교수 △서경대 사회과학대 학장 △대검찰청 검찰개혁추진위원회 위원 △대검찰청 형사정책자문위원회 위원 △4차산업혁명 융합법학회 부회장 △한국형사소송법학회 7~8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