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정치세력 교체가 대한민국 미래 만든다…창당도 고려"[만났습니다]
by송주오 기자
2021.08.09 06:00:00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인터뷰서 향후 행보 밝혀
"대한민국 모든 문제 핵심 ''승자 독식구조''…개헌·선거법 개정해야"
"많은 분들이 문제에 동감…정치 세력화 할 수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보편적 복지 철학 없는 것…획일 아닌 형평의 문제"
[대담=김성곤 정치부장 정리=송주오 기자] “기존의 진영논리나 양당체제로는 대한민국의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김동연 전 경제 부총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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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탐내는 ‘흙수저 신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에 임하는 각오와 더불어 기성 정치권과의 거리두기를 선언했다. ‘제3지대’를 이끌며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국내 정치사에서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제3지대의 성공 신화를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략은 파격적으로 다가온다. 험난한 대안 세력 성공 전략뿐만 아니라 그의 이력 때문이다. 김 전 부총리는 진보와 보수 정권을 모두 경험한 경제 관료다. 참여정부 시절 ‘비전 2030’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것은 물론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2차관에 이어 박근혜정부 시절에도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초대 경제수장 자리에 올랐다. 여야 모두 진영논리를 떠나 중용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현 정치권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보수·진보 정권을 모두 경험했기에 가능한 전략일 수 있다. 김 전 부총리는 “대한민국 경제·사회·정치 등 모든 분야 문제의 핵심은 ‘승자 독식구조’”라며 이를 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개헌과 선거법 개정을 주장했다. 그는 “5년 단임제의 승자 독식구조가 고질적인 정쟁과 파국을 만들었다.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정권마다 되풀이된다”며 총리의 국회 추천제를 언급했다. 이어 “현행 소선구제를 바꿔야 한다. 현재대로면 50%의 투표율에 60%의 지지를 받아도 전체 유권자의 30% 불과하다”며 “소수 유권자의 과잉대표”라고 지적했다.
김 전 부총리는 정치개혁을 위한 신당 창당도 시사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 통합하지 못하는 정치에 신물을 내면서 동감하고 있다”며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한다면 세력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김 전 부총리는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주장했다. 이에 청년들이 주체로 나서달라”며 “정치에서 청년을 장식용으로 활용하는 데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정치에서 청년 결핍증이 해소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전문가로서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부총리는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나눠주자는 것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철학이 없는 것”이라며 “‘획일’은 보편적 복지의 철학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의 철학은 형평의 문제”라며 “재난지원금을 다 나눠주자는 주장은 보편적 복지를 호도하는 포퓰리즘이다”고 꼬집었다. 김 전 부총리는 재난지원금을 ‘부자한테는 필요없는 돈, 가난한 사람한테는 부족한 돈, 정부에게는 재무에 큰 부담인 돈’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는 “요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를 인용해 쓰더라”라면서 웃어 보였다.
다음은 김 전 부총리와 일문일답이다.
△정치권유는 대표적인 게 지난번 총선과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오래전부터 정치를 생각한 건 아니다. 부총리를 그만두고 2년 7개월 동안 전국을 돌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삶의 현장을 다니면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대안찾기를 했다. 더는 기존의 견고한 진영논리와 양당 정치 구조로는 대한민국 경제나 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정치를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연결된 문제의 핵심, 연결고리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그걸 ‘킹핀’이라고 표현한다. 볼링에서 앞에 있는 첫 번째 핀이 아니라 가운데 있는 5번 핀을 건드려야 모두 쓰러트릴 수 있다. 저는 핵심 연결고리를 우리 사회의 ‘승자 독식구조라’고 본다.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 있는 승자 독식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다. 그런데 정말 두려운 건 국민이 희망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다고 무책임하게 떠들고 남 탓하는데 정작 하나도 해결하지 못해 생기는 절망감의 팽배,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정말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동의하지 않는다. 저는 민주주의의 본질이 선거나 다수결에 의한 승자 독식구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본질은 서로 다른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지혜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합의 민주주의가 다수제 민주주의보다 훨씬 낫다. 많은 선진국들은 합의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만들어진 틀과 제도가 승자 독식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 현실 속에서 깨어나기 어려울 뿐이다. 승자가 어느 정도 가져가는 건 인정해줘야지만 독식하는 이런 식의 제도와 구조는 바꿔야 한다. 마치 게임의 룰이 이기면 승자가 당연히 독식하는 것이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 금기를 깨야 한다. 합의 민주주의가 더이상 남의 나라에서나 하는 풍문으로 들리는 소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책(대한민국 금기 깨기)에서도 주장했다. 정치판이야말로 승자독식의 전형적 구조다. 5년 단임제의 승자독식 구조가 고질적인 정쟁과 파국을 만들었다. 과도하게 집중되는 권한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정권마다 되풀이된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책에서 주장했다.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추천하고 총리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실질적 권한을 행사토록 하는 것이다. 국정운영의 안정성과 책임정치를 위해 4년 중임제로 개헌을 주장했다. 동시에 선거법 개정도 말했다. 현행 소선구제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현재대로면 50% 투표율에 60% 지지를 받아도 전체 유권자의 30%의 지지를 받을 뿐이다. 소수 유권자가 과잉대표하며 권력을 독점한다. 그래서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 지난번에 준연동형 비례제 했더니 꼼수로 무력화했다. 개헌뿐 아니라 선거제도, 정당제도를 포함한 정치제도의 개혁을 통해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 시장 중에서 진입 장벽이 제일 높은 게 정치 시장이다.
△아니다. 일부 그렇게 보이지만 지역주의에 기반한 공천을 하거나 특정 지역에서는 무조건 당선되는 것 보면 폐쇄적이다. 만약에 개방적으로 하려면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는 직업이 아닌 봉사 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정치인들이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어느 정당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다선 금지제, 특권 내려놓기 등 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2년 7개월 동안 많은 분들을 만나고 삶의 현장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국민들은 진영논리, 흑백논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 통합하지 못하는 정치에 신물 내고 있다. 이런 것들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주장하고 활동하면 많은 분들이 참여하면서 정치세력화를 할 수 있다. ‘닥치고 정권재창출’, ‘무조건 정권교체’를 뛰어넘는 정치세력을 교체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 의사결정 세력을 교체할 수 있다.
△지금의 정치구조나 지금의 견고한 양당구조로는 우리 사회와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지금 야당은 ‘닥치고 정권교체’라며 지옥에서 악마를 데려와서라도 정권교체 하자는 기세다. 여당은 ‘무조건 정권 재창출’을 얘기하며 정권교체 되면 죽는다고 생각하며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 한다. 제가 보기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와도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대한민국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이제까지의 잘못이 반복될 것이다. 많은 분들이 현실적으로 세력에 대한 얘기나 정치공학 얘기하는 데 저는 세 유불리나 정치공학 따지고 싶지 않다. 제가 생각하는 국가를 위한 의미있는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 새로운 세력을 모을 것이다. 지금은 시작이기 때문에 미약하다. 하지만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그와 같은 생각에 동조하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봤다. 세력을 모아서 제 길을 가겠다.
△재난지원금 문제는 지금 일부에서 전부 나눠주는 것을 주장한다. ‘부자한테는 필요없는 돈, 가난한 사람한테는 부족한 돈, 정부에게는 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돈’이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나눠주자는 것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철학이 없는 얘기다. 철학의 부재다. 보편적 복지는 모든 사람에게 주겠다는 게 아니다. 이런 ‘획일’이 보편적 복지의 철학이 아니다. 수요가 있고 필요한 사람에게 빼놓지 않고 주겠다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의 철학은 형평의 문제다. 재난지원금은 그래서 지원의 수요가 있고 필요한 사람을 빼놓지 않고 주면서 두텁고 촘촘하게 주어야 한다. 재난지원금을 다 나눠주는 것은 보편적 복지를 호도하면서 포퓰리즘으로 몰고가는 주장이다.
모든 사람에게 주면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주장도 틀린 말이다. 지금의 소비침체의 해법은 코로나19 극복이 최우선이다. 돈이 생겨도 코로나가 언제 극복될지 불확실하고 미래가 불안정하면 돈을 안 쓴다. 소비 문제를 푸는 핵심은 코로나 극복이다. 또 하나는 부자들에게 주는 돈이 더 간다고 소비가 늘지 않는다. 소비 성향은 어렵고 취약한 계층이 더 높다.
기본소득 문제가 선거철에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기본소득을 재난지원금이나 보편적 복지 일환으로 생각하는 데 잘못된 시각이다. 기본소득이 나온 배경은 노동의 미래 때문이다. 노동의 미래와 연결시켜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다. 이때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노동의 미래와 재원의 조달 가능성, 국민적 수용성이다. 이런 것을 무시하고 정치지도자가 재난지원금이나 보편적 복지처럼 주장하는 것은 포퓰리즘 성격이 강해 심히 우려된다.
△줘야 한다. 다만 두텁게 줘야 한다.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쓰라는 것이다.
△흙수저는 훈장이 아니다. 정치 지도자가 할 일은 다음 세대에서는 ‘흙수저’, ‘금수저’란 단어가 안 나오게 해야 한다. 지금 제가 청년들에게 조언할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부탁이 있다.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주장했는데 청년들이 주체로 나서달라는 것이다. 정치에서도 청년들이 장식용으로 활용되는 데 그래서는 안 된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정치판에서 청년결핍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책은 제가 2년 반 동안 100% 내가 썼다. 34년 공직경험 플러스 지난 2년 7개월 삶의 현장 보면서 썼다.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책이다. 첫째는 대한민국의 진짜 문제는 무엇이냐, 둘째는 그 문제를 풀 대안은 무엇이냐, 셋째는 대안을 실천에 옮기는 방안은 무엇이냐다. 그래서 문제는 현상적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 뿌리 깊은 문제의 본질, 구조적 문제가 무엇이냐를 찾고 대안은 우리가 나아갈 비전과 가치에 대한 토대 위에서 어떤 대안을 갈 것이냐를 모색한다. 실천방안으로는 ‘정치는 줄이고 권력을 나누자’와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