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진학률 1% 높아지면 주변 집값 14% 올랐다

by이진철 기자
2020.03.29 08:00:00

조세재정硏, 서울 학교성적과 주택가격 영향 보고서
고교 서울대진학률 1% 상승후10년 유지시 집값 14%↑
고교 성적개선 누적 평판효과로 집값 영향 끼쳐
학군변경 등 교육정책, 도시 양극화 초래할수도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고등학교의 서울대진학률이 1%p 증가해 10년 동안 유지되면 동일학군 내 인근 주택가격을 14% 가량 인상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포럼 3월호’에 기고한 ‘서울지역 학교 성적의 변화가 해당지역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특정한 한 해의 학교성적 개선은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개선된 성적이 오랜기간 유지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누적된 평판효과로 인해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서울대 진학률의 1%p 상승은 즉각적으로 인근 지역 주택가격을 1.5% 정도 상승시키고, 1%p 상승한 서울대 진학률이 10년 동안 유지되는 경우 10년 동안 주택가격을 14% 인상시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나머지 지역 주택가격 격차 요인을 분석한 결과, 강남3구는 서울시 나머지 지역과 비교해 평균적으로 1.4%p 높은 서울대 진학률, 약 27%p 높은 40대 인구 중 대졸자 이상 비율, 18개 더 많은 사설학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주택가격 격차 요인으로 분석해보면 서울대 진학률의 차이, 40대 인구 중 대졸 이상 비율, 사교육 환경의 차이가 강남3구와 기타 지역간 주택가격 격차의 약 50%를 설명한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적의 학교가 다수 위치해 있는 서초구와 지리적으로 인접하지만 서울시 평균 이하의 성적을 가지는 동작·관악구를 같은 학군으로 설정한 결과, 학군 변경에 대한 지불의사금액 중간값은 주택가격의 2.77%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사람들은 보다 나은 교육환경에 대해 상당한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학교 평준화 정책, 학생 배정시스템이나 학군의 변경과 같은 교육정책의 변화는 그 지역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교 서열화 폐지, 기회의 균등, 사회적 약자배려, 전인 교육을 위한 공교육 정상화 등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의도치 않게 학교 성적의 지역적 편차를 심화시킬 여지는 없는지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정정책이 학교의 지역별 편차를 확대하고 학군의 영향력을 증가시킬 경우 이에 따른 도시 분화로 인해 주택가격의 지역적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책의 의도와 반대로 향후 더욱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교육 여건을 조성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경호 부연구위원은 “도시내 주택시장, 학교 성적 양극화 해소를 정책 목표로 설정한다면 10년에 한번 주기로 3~4년 정도의 예고기간을 설정한 다음 지역적인 격차가 큰 곳을 중심으로 학군을 주기적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도시내 양극화 해소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낙후된 지역의 학교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고, 양질의 학교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세재정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