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에 28兆 퍼붓겠다는 이재명, `총선화두` 분도론 막아낼까

by정재훈 기자
2019.08.18 08:19:00

내년 총선 앞두고 `경기북부 분도론` 또다시 수면 위
문희상, 평화통일특별도 발의…경기북도 신설법안도
경기도, 3년간 `한해 예산 절반` 28조 북부에 집중투자
"주민 자체결정권 필요"…"도지사 전형적 결정" 주장도

경기균형발전과 남북평화교류협력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의 동두천시에 위치한 동양대 북서울캠퍼스를 행사 장소로 선정해 열린 경기도민의 날 행사. 동양대학교 북서울캠퍼스는 전국 최초로 미군반환 공여지(캠프 캐슬)에 들어선 4년제 대학으로 전쟁의 아픔을 딛고 교육과 평화의 상징적 장소로 탈바꿈해 지난 2016년 5월 문을 열었다.(사진=경기도)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선거철만 되면 수면위로 떠오르는 경기도 분도론(分道論). 경기북도 신설 필요성이 오는 2020년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슬슬 머리를 내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을 주창하며 경기 북부지역에만 수 십조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987년 13대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매 총선과 대선때 마다 거론되는 경기북부 분도론. 지난해 3월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무르익은 남·북 간 평화 분위기에 발 맞춰 경기 북부를 평화통일특별도로 지정하는 법안을 상정한 상태라 내년 총선에서는 지금껏 제기된 분도론 중 가장 큰 파급력의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도와 각 시·군 1년 예산의 절반 가까운 돈을 경기 북부에만 쏟아붓겠다는 이 지사의 북부를 향한 특별한 보상책이 수십년 간 소외를 참아온 북부지역 주민들의 분도를 향한 열망을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의정부를 지역구로 하는 문희상 의원(현 국회의장)은 지난해 3월 19일 27명의 의원들이 동참한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률안은 정부의 직할로 평화통일특별도를 설치하고 평화통일특별도의 관할을 종전의 경기북부 10개 시·군 일원으로 하는 동시에 평화통일특별도의 관할구역에 관한 기존 경기도지사 및 경기도교육감의사무·재산 등은 평화통일특별도지사 및 평화통일특별도교육감이 각각 승계하도록 하는 안을 담았다. 사실상 한강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한 북부지역 경기도를 남부권과 나누는 분도의 의미다. 파주를 지역구로 하는 박정 국회의원 역시 지난해 11월 문 의원의 법안과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지난 2016년에는 자유한국당 김성원(동두천·연천) 의원이 경기북도 신설 관련 법안을 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성호 의원(양주)은 지난 6월 국회에서 경기 남부권의 오산시를 지역구로 둔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경기도 균형발전과 평화통일특별도 설치를 위한 토론회’를 공동으로 열었다.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관련 법안을 위시한 국회 차원의 분도론이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속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평화통일특별도에 대해서는 경기 남·북부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의 한결 같은 소망인 분도를 통해 지역적 역차별로 인한 경제·복지 격차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의 시점이 평화통일특별도를 설치할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밝혔다.

경기북부지역의 분도론이 처음 나온지 32년이 흐르는 동안 선거철 마다 등장했다 사라진 경기북도 신설 요구가 내년 총선에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단장한 ‘평화통일특별도’라는 이름으로 다시 북부지역의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기도는 사실상의 분도나 마찬가지인 정치권의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움직임에 맞서 이재명 지사가 강조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라는 패러다임을 앞세워 북부지역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 도는 지난달 23일 경기북부지역을 한반도 신경제·평화의 중심으로 만든다는 전략을 세우고 오는 2022년까지 △한반도 신경제 중심 △평화협력 선도 △살고싶은 경기북부 △특별한 희생 특별한보상 등 4개 분야 25개 사업에 총 28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28조원은 경기도 1년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으로 이례적인 대규모 예산 편성 계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는 도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정책 이슈를 점유하기 위해 오는 9월 국회토론회를 열고 이후 도의원 토론회도 수차례 개최해 경기도의 북부에 대한 깊은 애정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의 이같은 입장에는 분도가 아직 이르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6월 민선7기 1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경기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나오는 분도 요구는 충분히 준비한 뒤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의 이같은 입장은 30여 년에 걸친 북부지역 주민들의 요구와 최근 급 진전되는 국회 차원의 분도 논의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경기남부권에서 북부지역 분도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분도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기도의 전통적인 의견과 차이가 없다.

수원시를 지역구로 한 안혜영 경기도의회 부의장은 “북부지역 주민들이 분도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반면 남부 쪽 주민들은 별다른 관심 조차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분도는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 아니라 1300만 경기도민이 모두 필요성을 인정할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국회에서 정성호·안민석 국회의원이 주최해 열린 ‘경기도 균형발전과 평화통일특별도 설치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정성호 국회의원실)
경기북부지역 균형발전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허훈 대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경기 북부지역의 분도를 위해서는 350만 북부 주민들의 자체결정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경기북부지역의 분도를 위해서는 현 경기도지사의 행정적 절차 이행이 필수적인 만큼 당장 내년 총선 이후 분도 논의가 본격화된다 해도 현 경기도지사가 분도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은 물론 국회에서 분도를 위한 법률안을 만든다해도 경기도지사의 동의가 없다면 분도는 요원하기만 하다.

여기에 더해 분도를 향한 지역 내 실질적 행동 조차 이뤄지지 않는 점도 안타깝다. 올해 초 의정부시를 주축으로 추진했던 경기북부시장군수협의회 창립 움직임이 일부 지자체의 소극적인 태도로 무산된 것은 그나마 분도를 향한 북부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드는데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경기북부 중심도시인 의정부시를 지역구로 한 김원기 경기도의회 부의장은 “북부지역 사람 치고 분도에 반대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할 정도로 이 지역에서는 분도 요구가 강하다”며 “경기도가 올해 북부 균형발전을 위한 대안을 내놓은 만큼 이를 바탕으로 북부가 더욱 성장해 분도로 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의원은 “경기도 1350만 인구중 남부가 1000만이고 북부가 350만인데 모든 경기도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 평화통일특별도 설치를 통한 경기북부의 분도는 어렵다”며 “북부 분도를 위한 도지사의 전향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