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발레]② "힘들어도 성취감 커"…취미 발레 빠진 사람들

by장병호 기자
2019.06.11 05:58:40

스완스발레단이 말하는 ''발레 매력''
"어렵고 힘든 동작 해내면 큰 만족"
올 연말 ''지젤'' 전막공연 ''새 도전''
"취미 발레인 지금보다 더 늘어나길"

스완스발레단의 연습 장면(사진=스완스발레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발레의 매력이요? 나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죠. 실력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계속 동작을 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어요.”

최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최진(46·여)씨는 발레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 힙합 등 방송 댄스를 했고 현재는 개인 영어강사로 활동 중인 최 씨는 5년 전부터 취미로 발레를 배우기 시작해 지난해부터 취미 발레인들로 꾸려진 스완스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같이 학원에 다니던 분이 스완스발레단에서 공연을 하는 걸 보니 부러워져서 오디션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평일 중 2일은 스완스발레단의 연습에 참여한다. 남은 3일도 학원에서 발레를 배울 정도로 열정적이다. 최 씨는 “원래 안 되는 건 금방 그만두는 성격인데 발레는 배울수록 어렵고 답답한데도 5년 넘게 끈기 있게 하고 있다”며 웃었다.

최 씨와 함께 스완스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방실희(34·여)씨도 비슷한 이유로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방 씨는 “흔히 소녀들의 로망 중 하나가 발레라지만 나는 어릴 때 밖에서 뛰어놀기 좋아해 발레와 거리가 멀었다”며 “성인이 된 뒤 동네에 취미 발레학원이 있는 걸 보고 관심이 가 2015년부터 발레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부인 방 씨는 남편과도 함께 발레를 배우고 즐기고 있다.

스완스발레단은 민간 발레단인 와이즈발레단이 취미 발레인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고자 2017년 초 창단한 아마추어 발레단이다. 현재 34명의 일반인이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날 연습실에는 최 씨와 방 씨 외에도 10여 명 남짓한 스완스발레단 단원들이 저녁부터 모여 몸을 풀며 연습을 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곤할 법한데도 이들의 표정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두 사람 모두 취미로 발레를 배우기 전까지는 발레 공연을 정식으로 본 적이 없다. 최 씨는 “예전에 ‘호두까기 인형’을 본 적이 있기는 한데 그때는 지루했다”고 말했다. 방 씨도 “발레를 배우기 전 뮤지컬은 본 적이 있어도 발레는 본 적이 없다”며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뒤 발레 공연도 더 많이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스완스발레단의 연습 장면. 김길용 와이즈발레단장(오른쪽)이 단원들을 지도하고 있다(사진=스완스발레단).


이들이 발레에 흠뻑 빠진 이유는 ‘성취감’ 때문이다. 등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발끝으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동작들을 직접 배움으로써 느끼는 만족감이 크다. 방 씨는 “‘여기까지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동작이 갑자기 성공하는 순간이 무척 즐겁다”며 “다음에는 이런 동작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도 함께 생긴다”고 말했다. 최 씨는 “발레에 적합한 몸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건강도 얻게 돼 좋다”고 덧붙였다

스완스발레단 활동도 이들에게는 새로운 성취감이다. 스완스발레단을 통해 5차례 무대에 오른 최 씨는 “공연을 앞두고는 매일 연습을 해야 해 힘들기도 하지만 공연을 하고 나면 취미로 발레를 배울 때에는 느끼지 못한 또 다른 성취감이 있어 뿌듯하고 나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호두까기 인형’으로 무대에 처음 섰던 방 씨는 “무대에서 조명과 박수를 받는 게 그렇게 즐거운 줄 몰랐다”며 “보다 제대로 된 공연을 하게 되면 어떤 기분인지 설렌다”고 말했다.

스완스발레단은 올해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연말에 낭만 발레 대표작인 ‘지젤’을 아마추어발레단 최초로 전막 발레로 올릴 예정이다. 오는 22일에는 예술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야외공연에도 다른 취미 발레인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지난 8일부터 시작한 취미 발레인들의 축제 ‘제3회 발레메이트 페스티벌’에서도 갈라 공연 등을 준비 중이다.

곽윤아 스완스발레단 예술감독은 “발레는 연습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한정돼 있다”며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발레의 매력을 취미 발레인에게도 전하기 위해 스완스발레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와이즈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발레 전공자인 곽 예술감독은 “단원들을 보면 발레를 전공하기 전 어릴 때 막연하게 발레를 배울 때 느꼈던 즐거움을 돌아보게 된다”며 “이렇게 애정을 갖고 하나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 부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취미 발레는 발레 저변 확대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방 씨는 “취미 발레인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 발레를 더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며 “남편과도 같이 학원을 다니면서 발레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바란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일본은 60~70대도 발레를 한다고 들었다”며 “우리의 취미 발레도 그렇게 모두가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완스발레단의 공연 장면(사진=스완스발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