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의 부동산톡] 부동산 `알박기`에 대한 형사처벌 판단기준
by양희동 기자
2019.04.13 05:00:00
[김용일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최근 아파트 개발이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땅을 매입후, 시행사에 시가의 6배 이상으로 매도한 자에게 법원이 부당이득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형을 선고한 사례가 있었는바, 이번 시간에는 속칭 부동산‘알박기’로 인해 부당이득을 얻는 것과 관련하여 특히 형사처벌의 판단기준에 대해 실제 판례 사안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다.
◇ 부동산 알박기로 인해 과도한 매매대금 지급시 민사적 구제방법
아파트단지 건설사업 또는 재개발·재건축사업 등의 수행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땅이 있는데, 이에 대해 속칭 ‘알박기’를 하여 개발사업의 진행을 어렵게 한 후, 개발업자로부터 시세에 비해 과도한 매매대금을 받고 파는 매매계약을 하는 경우, 피해를 입은 측은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주장하여 무효화시키는 민사소송을 할 수 있다(대법원 2009다50308 판결). 민법 제104조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 부동산 알박기에 대한 형사처분 판단기준
형사적으로는 부당이득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형법 제349조는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속칭 부동산알박기를 하여 시세의 몇배, 몇십배 부당한 차익을 얻었다고 하여 형법상 부당이득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개발사업과 무관하게 이전부터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면, 비록 이득을 많이 얻었더라도 부당이득죄 인정에, 즉 형사처벌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기본 입장이다. 개발사업을 알고 의도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 이득을 얻은 자가 적극적인 원인을 제공하였거나 상당한 책임이 있어야 부당이득죄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사안을 보면, 아파트 건축사업이 추진되기 수년 전부터 사업부지 내 일부 부동산을 소유하여 온 피고인이 사업자의 매도 제안을 거부하였다가 인근 토지 시가의 40배가 넘는 대금을 받고 매도한 사안에서, 법원은 부당이득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8도8577 판결).
구체적으로 법원은 “형법상 부당이득죄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고,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의 취득’이라 함은 단순히 시가와 이익과의 배율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고 구체적ㆍ개별적 사안에 있어서 일반인의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및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히 부당한 불균형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거래당사자의 신분과 상호 간의 관계,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계약의 체결을 둘러싼 협상과정 및 거래를 통한 피해자의 이익, 피해자가 그 거래를 통해 추구하고자 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적절한 대안의 존재 여부, 피고인에게 피해자와 거래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후,
위 사안의 경우,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는 사업부지 중 일부의 매매와 관련된 이른바 ‘알박기’ 사건에서 부당이득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 그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는 상황을 미리 알고 그 사업부지 내의 부동산을 매수한 경우이거나 피해자에게 협조할 듯한 태도를 보여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후에 협조를 거부하는 경우 등과 같이,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에 빠지게 된 데에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원인을 제공하였거나 상당한 책임을 부담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기 오래 전부터 사업부지 내의 부동산을 소유하여 온 피고인이 이를 매도하라는 피해자의 제안을 거부하다가 수용하는 과정에서 큰 이득을 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함부로 부당이득죄의 성립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또한, 건설회사가 아파트 신축사업을 추진하기 훨씬 전인 1999년경 A가 경매를 통해 토지지분을 취득하여 소유해 오던 중, 건설회사가 A에게 먼저 토지의 매도를 요구하였고, 10개월 여에 걸친 매매가격 협상과정 끝에, A가 시세의 약 10배 정도 차이 나는 약 10억원에 건설회사에 매도하였으나, 건설회사가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자마자 부당이득 혐의로 고발한 사안에서, 법원은 “거래당사자의 신분과 상호간의 관계,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의 절박성 정도, A가 이 사건 토지지분을 보유하게 된 경위 및 보유기간, 가격결정을 둘러싼 협상과정 및 거래를 통한 피해자들의 이익 등을 참작하여 볼 때, A가 이 사건 토지지분을 시가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매도함으로써 사회통념상 과도한 이득을 취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A가 피해자들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6도3366 판결).
이 사례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법원은 ‘A가 일방적으로 협상을 결렬시킨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고, 토지 소유자가 시가보다 높게 요구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가능하며, 건설회사는 토지매입과정에서 토지소유자들이 시가보다 높게 요구하는 것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이에 대처해야 할 위치에 있는 점, 실제로 이 사건 토지지분의 매매대금인 약 10억원이 당시 가치와 10배 정도 차이가 발생하여 과도한 금액이기는 하지만, 당시 이 지역의 땅값이 정부 정책 발표로 인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었던 점, 초기에 계약이 성사된 다른 토지 소유자들도 계약해지 및 대금증액을 요구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던 점, 매매가액은 건설회사의 아파트 건설사업에 따라 발생하는 이윤의 규모와 비교형량하여 이에 합의한 것이고, 건설회사도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아파트신축사업권을 매수한 것이어서, 이로 인해 재산상 손해를 보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사정’ 등을 종합하여, 위와 같은 판단을 하였다.
한편, 서두에 소개한 ‘아파트 개발이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땅을 매입후, 시행사에 시가의 6배 이상으로 매도한 자’의 경우, 법원은 “의도적으로 사업대상 토지를 매수한 뒤 피해자 회사를 압박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판단하에 부당이득죄 유죄를 선고하였다. 결국, 이득이 시세의 몇배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업개발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토지를 취득하는 등 이득을 얻은자가 적극적인 원인을 제공하였거나 상당한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형법상 부당이득죄의 판단기준인 것이다.
◇김용일 변호사
△서울대 경영대 △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현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현 부동산/상속팀 팀장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부동산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상속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