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신기방기]택시-카풀 갈등 해법찾기…주목받는 日 합승택시

by정다슬 기자
2019.03.10 06:00:00

세계 각국의 새롭고 신기한 기술 이야기(新技邦記)
일본, 연내 '합승택시' 본격화될듯
작년 실증실험서 탑승자 70% "또 이용할 것" 만족
기존 택시에 IT 기술 결합.."택시로 혁신" 실험 주목

△일본 택시 배차앱 ‘MOV’를 런칭한 DeNA가 지난해 12월부터 도쿄에 시작한 ‘0엔 택시’. 택시 외장은 물론, 내장까지 하나의 광고판으로 운영해 광고주가 택시비를 부담한다. 승객은 무료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사진=Dena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일본에서 ‘합승택시’가 연내 본격화된다. 합승택시는 경로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합승하고 요금을 나눠서 내는 방식이다. 과거에도 불법적인 택시 합승이 있었지만, 달라진 건 정보기술(IT) 플랫폼을 이용한 합법적인 정식 서비스로 도입된다는 점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카풀 등 개인 차량을 이용한 승차공유 서비스를 금지하고 있다. 대신 일본 정부와 택시 업계는 2016년 승차공유 문제대책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우버(Uber) 등 새로운 서비스를 어떻게 택시 산업에 적용할지 고민해왔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합승택시다.

합승택시는 우버의 합승 서비스인 ‘우버카풀’을 개인차량이 아닌 택시에 구현했다. 택시 합승을 희망하는 고객은 먼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먼저 목적지를 입력해 두면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끼리 자동으로 매칭된다. 요금은 승차거리에 따라 분배해 한 사람이 택시를 사용할 때보다 택시 요금이 적다.

택시 요금이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합승택시는 상당한 관심거리다. 지난해 도쿄에서 시범서비스를 시행한 결과 약 70%를 넘는 이용자들이 “또 타고 싶다”고 답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가능성을 확인한 일본은 연내 합승택시의 합법화를 위해 도로교통법 개정 등 규제 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7일 미래투자회의를 주재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용자가 저렴한 가격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전에 서비스를 안정화해 관광 수요에도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합승택시는 기존 택시산업 보호라는 테두리 내에서 공유경제를 실현하려는 시도다.

일본의 택시시장은 약 170억달러(18조 132억원)로 세계 1위 규모다.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인력부족에 허덕이는 일본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택시 운전자 수가 40% 줄어들 정도로 지방을 중심으로 택시 부족이 심각하다. 그럼에도 일본 택시업계는 개인 차량을 활용한 승차공유 서비스에 강력 반발해 왔다.



정부와 택시업계가 머리를 모아 내놓은 해결책이 합승택시다. 택시 한대당 효율성을 높여 택시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산업을 보호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택시업계는 요금체제를 바꿔 단거리 손님을 위한 기본요금을 인하하고 앱을 통한 배차 서비스를 도입했다.

일본 택시 배차앱 ‘MOV’를 런칭한 DeNA가 지난해 12월 선보인 ‘0엔 택시’도 눈길을 끈다. 외장(外裝)은 물론 내부까지 택시 전체를 하나의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새로운 시도다. 광고주가 택시요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승객은 무료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도 일본의 시도를 눈여겨 보고 있다. 지난 7일 택시업계와 카풀업계는 택시에 IT 기술을 적용한 ‘규제혁파형 플랫폼 택시’를 상반기 중 선보이는 것에 합의했다.

“플랫폼 기술을 자가용이 아닌 택시와 결합해 국민들에게 편리한 택시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택시산업과 공유경제의 상생 발전을 도모”(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 합의문 1항)한다는 계획이다.

이양덕 법인택시조합 상무는 “타다 등 승차공유서비스가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객의 요구에 맞춰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있는 것에 반해 택시업계는 요금·차종, 심지어 차 색깔까지 규제받고 있어 혁신에 뒤처지고 있다”며 “일본처럼 택시산업과 IT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사회적 갈등 없이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 내에서도 본격적인 차량공유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합승택시라는 절충안으로는 혁신의 속도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에서다. 미야우치 요시히코 오릭스 회장은 “미국의 우버 등 새로운 승차공유 서비스를 인정하지 않는 등 일본은 세계의 조류로부터 떨어져있는 느낌이 든다”며 “새로운 기술, 새로운 서비스로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자는 발상이 우선돼야 하는데 일본은 언제까지 기존 산업을 지키는 방향으로만 갈 것인가. 이런 일이 계속되면 일본은 계속 생산성이 오르지 않고 혁신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치카와 타쿠야 다이와총연구원 주임 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박(에어비앤비 형태의 공유숙박 서비스)처럼 영업일 수 상한을 두거나 지역을 한정해 규제 완화(개인차량 승차공유)를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인 전현희(오른쪽 네번째) 의원과 손명수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정주환 카카오모빌리리티 대표,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