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 불안에..세입자들 너도나도 '등록 임대주택' 어디 없소?
by박민 기자
2018.10.10 04:00:00
9·13 대책으로 늘어난 세부담
'임대료에 전가' 불안감 커져
'등록임대 구해달라' 의뢰 많지만
서울 37만채 불과 '하늘의 별따기'
[이데일리 박민 기자] 올해 12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서모씨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 일대에서 미리 신혼 전셋집을 구하면서 가장 먼저 확인한 게 ‘등록 임대주택’ 여부였다. 등록 임대주택은 전세금 등 임대료 상승률이 연 5% 이내로 제한되는 데다 임대의무기간(4년 또는 8년 이상) 동안 집주인의 재계약 거부도 불가능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어서다. 서씨는 10여곳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며 발품을 판 끝에 간신히 마음에 드는 주택을 찾아 결국 계약에 성공했다.
내년부터 늘어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세금 부담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등록 임대주택이 임대차 시장의 백미(白眉)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세제·대출을 아우르는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 조정을 기대하며 주택 매입을 미루고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세입자들의 등록 임대주택 구하기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는 예비 세입자 가운데 앞선 사례처럼 등록 임대주택을 찾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강남구 도곡동 A공인 관계자는 “전세시장 불안에 대비해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주택을 찾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며 “직접 집을 보러 와서 등록 임대주택인지 묻거나 애초에 처음부터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전세 물건을 찾아달라는 세입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우리도) 집주인에게 일일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는지를 물어봐서 파악하다 보니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등록 임대주택에 사는 전·월세 세입자는 임대료 연체 등의 귀책 사유가 없는 한 집주인의 임대의무기간(4년 또는 8년 이상) 동안 재계약을 통해 계속 거주할 수 있다. 임대료 인상도 이전 전세금 대비 연 5%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전셋값 급등 우려도 덜 수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전·월세 임대차 계약을 2년 단위로 보호하고 있어 사실상 1년이 아닌 2년간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의무기간 동안에는 집주인이 새 임차인과 신규 계약을 맺더라도 이전 임대료에서 5% 이내로만 보증금을 올릴 수 있다” 고 말했다.
문제는 막상 서울에서 등록 임대주택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물량이 많지 않다. 국토부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지역 전체 임대주택은 127만 8659채다. 이 중 등록 임대주택은 36만 948만채(6월 말 누적 기준)로 전체 28%에 불과하다. 주택 유형도 아파트에 비해 주거 선호도가 다소 떨어지는 다가구·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에 등록 임대가 편중돼 있다.
여기에 등록 임대주택 구하기도 현지 중개사무소를 통한 ‘발품 팔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렌트홈’ 사이트(www.renthome.go.kr)에서 전국의 등록 임대주택을 찾아볼 수 있지만, 해당 주택의 전·월세 계약 가능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이처럼 등록 임대주택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더 늘어나는데에도 한계가 있어 등록 임대주택 구하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9·13 대책을 통해 앞으로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로 주택을 취득해 등록하는 임대주택의 경우 이전과 달리 양도세 중과 배제와 종부세 합산 과세 배제 등의 혜택을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신규 취득 주택에 대한 임대 등록 혜택이 거의 없어지면서 앞으로 임대주택 등록이 활기를 띠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입자들의 등록 임대주택 구하기 경쟁에 전셋값이 한 차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집주인이 올해 처음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임대료 상한제 적용 시점은 임대 등록 후 ‘첫 번째’ 임대차 계약이 아닌 ‘두 번째’ 계약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즉 첫 번째 계약을 ‘최초 계약’으로 보고 이를 기준해 ‘두 번째 계약’부터 임대료를 연 5% 이내로 제한하다 보니 집주인이 전셋값을 선제적으로 올릴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이 사실상 한차례 ‘연 5% 인상 제한’을 받지 않도록 유예시킨 것과 다름 없어 미리 임대료를 올려서 받으려는 집주인들도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올해 집값 상승분을 내년도 공시가격에 적극 반영하고, 다주택자의 종부세 세율도 최대 3.2%로 올리기로 하면서 늘어나는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집주인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최소 계약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1년 단위 재계약 등의 특약사항을 임대차 계약에 넣는 식으로 법의 맹점을 파고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