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13] ‘줄서서 인증샷’ 이재명 vs ‘시민 찾아 악수’ 남경필

by김미영 기자
2018.06.02 05:00:00

1일 의정부 집중유세… 같은 장소, 다른 풍경
이재명 “미군공여지, 국가주도개발 신속히” 공약…줄선 시민들 ‘인증샷’
남경필 “KTX 의정부 연장 추진”…시민들 찾아다니며 지지 호소

1일 이재명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뒤돌아선 지지자의 등에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이 후보 캠프 제공)
[경기(의정부)=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같은 장소였지만, 다른 풍경이었다. 1일 오후 의정부역 앞에서 시간차를 두고 벌어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의 집중유세전 얘기다.

이재명 후보의 유세는 오후 7시30분으로 공지됐다. 그러나 유세차량인 5톤 트럭이 좁은 광장에 자리잡는 데만 10여분이 허비됐다. 미리 와서 이 후보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마침내 주차가 끝나자 “와~”하고 소리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차문이 열리고 이 후보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였던 듯 싶었다. 의정부 내 한 고교 3학년 여학생은 “이재명 아저씨가 온다고 해서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다”며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봐서 안다. 투표권이 있으면 찍을텐데”라고 했다.

본격 유세 전, 사회자가 중앙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선거운동원들에게 “바깥으로 비켜 시민들에게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거듭 주문할 만큼 협소한 공간에 사람들이 몰렸다. 이 후보는 문희상 의원, 정성호 의원 등의 지원유세와 안병용 의정부시장 후보 등의 유세가 끝난 뒤인 오후 8시 넘어 시민들 사이를 뚫고 나타났다.

이 후보는 “함께 사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정, 공평이다. 억울하지 않아야 한다”며 “사람들뿐 아니라 지역 간에도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 (경기 북부가) 남쪽보다 불리하면 되나. 특별한 희생 치르는 이들에게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공정한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70년 동안 어쩔 수 없었지만 앞으로 도정 운영에선 경기 동부·북부가 억울하지 않게 특별한 배려를 반드시 하겠다”며 의정부 내 미군공여지를 언급, “국가주도개발을 하겠다” “미군기지가 있는 도시, 그로 인해 피해보는 도민과 손잡고 신속한 개발을 현실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후보는 “서울 용산기지는 경기도 미군기지를 다 합친 땅값보다도 비쌀텐데 정부에서 다 개발한 뒤 서울시에 줬다. 경기도는 자치단체가 돈도 없는데 왜 사서 개발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거의 공짜로 빼앗다시피 해서 돈도 별로 안 들이고 만든 미군공여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자치단체랑 민간 기업이 개발하면 순식간에 할 수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분이니 (대선 때의 그러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세 공식행사는 오후 8시50분께 끝이 났다. 그러나 9시30분이 다되도록 이 후보는 지역 출마 후보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민들과 ‘인증샷’을 찍었다.



유세현장에 있던 70대 남성인 김모씨는 “이 후보가 서민생활을 이해할 것 같다. 귀족 자녀하고 다르지 않겠나”라고 지지의사를 밝혔다. 김모씨는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엔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며 “상대 후보도 만만치 않으니 서로 개인사 공격은 안하는 게 낫다”고 했다.이에 앞서 오후6시 반부터 50분 가량 이어진 남경필 한국당 후보의 집중유세엔 상대적으로 시민들이 적게 모였다. 이 후보 유세 시간보다 유동인구가 적었던 영향도 있어 보인다.

남 후보는 심재철 의원, 홍문종 의원, 김성원 의원 등의 지원을 받으며 유세를 시작했다. 그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2년 대선 때 썼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발언을 재인용, ‘경제도지사’ 면모 부각에 주력했다.

그러면서 “의정부는 교통이 해결 안되면 경제 발전이 안된다”며 ‘KTX 의정부 연장 추진’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경기 소방 항공대 운영 △을지대 의정부 캠퍼스 부속병원 조성 사업 지원 △경기 북부청사 앞 서울광장보다 2배 큰 ‘문화의광장’ 조성 등을 강조했다.

유세 끝머리에 남 후보는 “선거는 축제다. 멋진 율동으로 춤추고 끝내자”고 한 뒤,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유세장 중앙에 모여 있던 선거운동원들과 어울려 흥겨운 춤을 췄다. 하지만 100여명에 달하는 선거운동원들에 싸여 그들과 ‘춤 소통’을 했을 뿐, 시민들과 흥을 나누진 못하는 모양새였다.

땀을 흠뻑 흘린 남 후보는 춤판을 둥글게 돌아서 지켜보던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악수를 하고 얼굴도장을 찍었다. 인증샷을 요청하는 이들과는 ‘브이’자를 들어보이며 사진을 찍었다. 마무리는 역시 큰절이었다.

유세현장에 있던 60대 중반의 여성 이모씨는 “남 후보가 제일 경기도를 잘 알 것 같다. 한 번 더 해야 한다”며 “진짜로 경제를 살려줄 것 같다. 남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이모씨는 다만 남 후보와 한국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염두에 둔 듯 “우린 나이가 있어서 당을 보고 찍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가정사 문제를 얘기하는데, 경제 살리는 거랑 가정사는 아무 상관없다”고 힘줘 말했다. 반면 20대 한 남성은 남 후보가 청한 악수를 한 뒤 “저 분이 누군지는 모른다”고 말하곤 바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