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 지분 인수 마무리…낸드시장 날개 달았다

by양희동 기자
2018.06.01 05:30:00

4조원 베팅 효과 거둘까
D램에 비해 낸드플래시 분야 취약
도시바와 협력해 시장 확대 나설 듯
"단기간에 판도변화 제한적" 시각도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2조엔(약 20조원)에 달하는 일본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지분 인수를 6월 1일 최종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1년을 끌어온 인수전이 마침표를 찍으면서, 이제 관심은 약 4조원을 베팅한 SK하이닉스가 거둘 수 있는 향후 투자 효과에 쏠리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지분 인수 대금 2660억엔(2조 6371억원)을 납입한데 이어, 나머지 1290억엔(1조 2786억원)을 전환사채 형식으로 투자해 향후 의결권 지분 15%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세계 2위 점유율의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가진 도시바와 협력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낸드플래시 점유율 확대 방안을 모색할 것이란 시각이다.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005930)가 37.0%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한 가운데 도시바(19.3%), 웨스턴디지털(15.0%), 마이크론(11.5%), SK하이닉스(9.8%) 등이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업계 5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전분기(11.1%) 대비 점유율은 오히려 1.3%포인트 하락하며 10% 아래로 내려앉았다.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업계 전반의 공급과잉 우려 영향이 컸지만 삼성전자(1.0% 포인트)나 웨스턴디지털(1.1% 포인트) 등 경쟁사에 비해 점유율 대비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큰 편이었다.

D램 익스체인지 측은 이 결과에 대해 “올 1분기가 스마트폰 시장의 비수기로 모바일 낸드플래시에 집중해온 SK하이닉스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런 비수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선 SK하이닉스가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인 낸드플래시 분야를 소비자용으로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게이밍 수요 등으로 성장하고 있는 소비자용 SSD시장(2017년 기준)에서 전체 낸드플래시 점유율이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점유율(4.0%)을 보이고 있다. 또 회사 전체 매출에서 SSD가 차지하는 비중도 3~4% 선에 그치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나서 공을 들인 도시바 지분 인수 참여의 핵심은 결국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라며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와 협력을 통해 낸드 분야 강자로 부상한 것처럼 앞으로 SK하이닉스도 다양한 협업을 통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기간에 지분 인수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도시바 측이 지분 인수 조건에서 SK하이닉스의 향후 10년간 의결권 지분을 15% 이하로 제한하고, 기밀정보에는 접근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 웨스턴디지털의 경우 ‘샌디스크’라는 강력한 낸드플래시 브랜드를 인수합병(M&A)해 몸집을 불린 뒤, 도시바와 협업해 4세대 64단 3D낸드 기술력 등을 확보한 만큼 SK하이닉스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도시바 메모리 지분 인수로 단기적으로는 업계의 판도 변화는 제한적”이라면서도 “업계 2위 도시바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돼 업황 불확실성이 줄었고 삼성전자와도 유일한 기술적 경쟁상대로 판단돼 장기적으로는 SK하이닉스와 협력 기회가 계속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