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위기 STX조선]신규 수주 어려운 상황…인력감축 없인 일감 떨어졌을 때 비용부담 못 버텨

by남궁민관 기자
2018.04.11 05:00:00

독자생존 가능성 있을까
남아있는 일감, 내년 하반기엔 동나
中 저가 공세 이겨내기도 어려울 듯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남궁민관 김미경 기자] 독자생존과 법정관리 갈림길에 선 STX조선해양이 노사간 극적 타협을 이뤄내며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았다. 하지만 독자생존행이 결정되더라도 수주확보와 함께 향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견뎌내야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남아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종전 채권단의 요구조건인 인력감축 대시 인건비 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사확약서 및 자구계획안을 산업은행에 공식 제출했다. 산업은행의 결정에 따라 법정관리 또는 독자생존의 길이 갈릴 전망이지만, 관련업계는 두 길 모두 STX조선해양에게 쉽지않은 길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단 법정관리가 결정될 경우 사실상 청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선사와의 신뢰가 수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조선업의 특징상 법정관리가 결정된 조선사가 선박건조를 따내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법정관리 기간을 버텨낼 수주잔량이 충분하다면 생존의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STX조선해양의 일감(옵션 2척 포함 17척)은 내년 3~4분기면 동난다.

독자생존이 결정되더라도 STX조선해양이 오롯이 살아남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인력감축 대신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 인건비 감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당초 채권단은 생산직 500여명을 감축할 것을 주문했지만 앞서 진행된 희망퇴직(104명) 및 아웃소싱(40명) 성과는 이에 한참 못미쳤다. 이에 STX조선해양 노사는 채권단이 요구한 고정비 40% 감축 조건을 채우기 위해 최저임금 수준으로 임금삭감, 학자금과 장기근속 포상금을 비롯한 각종 지원금 및 상여금 폐지, 무급휴직 등 고강도 자구계획을 전개한다고 약속했다. 이와 더불어 연간 150억원의 원가절감도 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선업계 내에서는 이같은 STX조선해양의 자구계획안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와 같이 수주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인력 감축이 아닌 인건비 감축을 선택한 것은 향후 재무적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초 산업은행이 인력을 감축하라고 주문한 것은 사실상 STX조선해양을 외주화하겠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며 “이는 향후 수주환경이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력 감축을 통해 외주화할 경우 일감에 따라 외주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인건비 감축은 일감이 없어도 지속적인 비용 지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결국 향후 수주확보가 생존을 위한 핵심 과제로 지목되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의 주력 선종은 MR탱커로 중국의 저가수주 공세를 버텨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당장 빅3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마저 수주불확실성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마당”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