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수출 78.9% 중간재인데…韓 반도체·전자부품 수출 '먹구름'

by남궁민관 기자
2018.03.26 05:00:00

中 대미수출 줄면 중간재 수출 타격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미국이 중국을 향한 통상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통상법 201조(2월7일 세탁기 및 태양광전지 세이프가드 발동), 무역확장법232조(3월23일 철강 관세부과)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 했던 관세폭탄이 이번에는 통상법301조를 통해 오롯이 중국에 칼끝을 겨눴다.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구도가 좁혀지는 모양새지만,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절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25일 외신 및 무역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통상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관세 및 투자제한에 서명했다. 향후 미국 정부는 전 산업분야에 걸쳐 중국의 대미 수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관할 방침이다. 구체적 항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라이트 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는 항공, 정보통신, 기계장비, 의약품 등 10개 분야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한 상황이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23일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는 232조 발동에 대해 “미국산 강관, 과일, 와인 등에는 15%의 관세, 돼지고기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구체적 보복조치를 제시했다. 301조에 대해서는 구체적 대응을 아직 밝히지 않은 상황으로, 향후 보복조치 대상 품목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이자 우리나라 각 산업군에서도 강한 우려감이 흐른다. 구체적인 관세부과 품목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 가운데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인만큼 중간재 수출에 악영향이 확실시 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규모는 1421억달러로, 이중 78.9%가 중간재에 해당한다. 박진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한국 중간재에 대한 수요 하락이 예상된다”며 “또 중국의 수출부진에 따라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면, 중간재 뿐 아니라 내수용 최종재 등 대 중국 수출 역시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대표적 산업으로는 반도체 등 전자제품 중간재가 유력해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은 총 920억달러며 이중 반도체 등 전자직접회로가 210억달러(22.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액정디바이스 및 광학기기(124억달러), 전기식 음향기기(43억달러), 전자직접회로 관련 기계(24억달러) 등 관련 전자제품 중간재들이 상위 20위 안에 다수 포함돼 있다.

윤여준 KIEP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으로 인해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 감소가 전망된다”며 “그밖에 석유화학제품(환식탄화수소, 비환식탄화수소) 및 플라스틱제품(에틸렌, 프로필렌, 폴리아세탈) 역시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다양한 최종소비재에 소재로 사용되는 품목이므로 이번 무역갈등의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