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초양극화’ 서울 과열 조짐 vs 지방 미달 속출에 할인분양

by박민 기자
2018.03.22 05:15:00

서울 ''로또분양''은 5시간 줄서는데
지방 1순위 청약률 소수점 이하 속출
제주대림 위듀파크 ''청약 제로'' 굴욕
1000만~3000만원 할인분양도 등장

그래픽=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최근 서울 분양시장은 수요가 몰리며 펄펄 끓고 있지만 지방은 분양하는 단지마다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청약경쟁률은 소수점 이하로 떨어졌고 급기야 할인분양에 나선 단지까지 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지난 20일 특별공급(458명 모집)에서만 991명이 접수해 부적격자를 제외하고 전체 가구 소진율이 97%를 기록했다. 대부분 10억원을 넘는 분양가에 중도금 대출도 되지 않아 청약자들은 자금 마련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로또 아파트’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특별공급부터 역대급 청약 열기를 보인 것이다.

반면 지방은 이 같은 청약 열기가 ‘먼세상 이야기’다. 신규 분양 단지들이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으면서 청약경쟁률이 한자릿수는 고사하고 소수점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강원·경북·충남·충북·제주도 등은 올 들어 신규 분양단지마다 모두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2일 경북 상주시 냉림동에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상주 지엘리베라움 더 테라스’ 아파트는 총 68가구 모집에 단 2명만 접수하면서 경쟁률이 0.03대 1에 그쳤다. 특히 2순위까지 진행했어도 소수점 이하인 0.1대 1이라는 참패를 맛봤다. 앞서 7일 울진군 근남면에서 공급한 ‘리버사이드빌’도 0.03대 1이라는 저조한 청약 실적을 남겼다.



대형사 브랜드 단지도 마찬가지다. 롯데건설이 지난 2월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공급한 ‘오창 센토피아 롯데캐슬’의 경우 172가구 모집에 8가구만 1순위에서 청약했다. 지난 1월 강원도 동해시 단봉동에서 분양에 나선 ‘단봉동 e편한세상 동해’도 637가구 모집에 157명이 접수해 0.25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제주에서는 아예 청약자가 한명도 없는 ‘청약 제로’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달 6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한림읍 대림리 ‘제주대림 위듀파크’는 총 42가구 모집에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었고, 앞서 지난 1월 분양한 ‘한림 오션 캐슬’도 1순위 청약자 ‘0’이라는 굴욕을 당했다.

지방 청약시장이 사실상 전멸하면서 기존 분양 단지 가운데 할인 분양까지 등장했다. 창원 진해구와 마산합포구 일부 단지는 최초 분양가보다 1000만~3000만원 낮은 가격에 주인을 찾고 있다. 심지어는 단지 전체가 미분양(4928가구)으로 남으면서 일단 공사를 진행하고 분양 계획을 검토하는 사업장도 등장할 정도다. 진해구 남문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 입주를 시작한 단지들 중에 미입주 물량이 있어 분양가보다 가격을 낮춰 물건을 내놓아도 나가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C분양대행사 한 관계자는 “할인분양은 주택시장 침체기에 건설사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쓰는 기법으로 그만큼 시장이 꼬꾸라졌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