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재운 기자
2017.10.18 05:03:00
CES와 IFA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지 계속
국내 대기업도 신제품 안 내놔..고민해야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독일의 북부 공업도시 하노버에서는 해마다 3월이면 ‘세빗(CeBIT)’이라는 전자산업 박람회가 열린다. 도심 북부에 위치한 대규모 전시장 ‘하노버메쎄’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한 때 9월의 베를린의 IFA와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산업 박람회로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해마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행사에 밀려 빛을 잃었고, 2006년부터 점차 소니, 삼성전자 등 아시아 주요 기업이 불참하면서 위상이 흔들렸다.
10년간의 암흑기를 지나 세빗 주최 측이 선택한 돌파구는 ‘특화’ 전시회였다. 2015년 세빗2015에서 기업간 거래(B2B)를 키워드로 내세워 다시 삼성전자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중국 화웨이를 메인 스폰서로 유치하며 부활했다.
세빗만의 선택이 아니다. 매해 6월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대만의 대표 전자산업 박람회 ‘컴퓨텍스’ 또한 사물인터넷(IoT)을 중심으로 특화를 꾀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 집중해 해마다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에는 그저 부럽기만 하다. 한국의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전시회 ‘한국전자대전(KEGF)’의 입지는 어정쩡하기만 하다. 시기상 9월의 IFA와 1월의 CES 사이에 끼인 채로 ‘종합 백화점식’ 전시회를 고집하는 탓에 국내 대기업은 이렇다 할 신제품을 선보이지 않고, 외국인 바이어의 발길도 그리 활발하지 않아 보인다. 국내 최대·최고의 행사라는 주최측인 정부와 후원사인 관련 업계의 발표와 달리,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그저 ‘그들만의 축제’에 지나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전자전 행사를 최근 떠오르는 새로운 분야에 맞는 특화된 전시회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보자. 국내 소비자를 위한 특별한 신제품도 선보이고, 나아가 해외 기업이나 바이어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전시관을 볼 수 있는 기회로 만들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물론 신중해야 할 문제지만, 적어도 행사의 정체성을 만드는 관점에서 검토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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