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임대→10년 임대'주택서…분양전환 시점 놓고 LH·입주민 갈등
by원다연 기자
2017.08.17 05:00:00
'월계 롯데캐슬 루나' 내달 분양 전환
LH "최초 임대시점 2007년 기준 적용"
입주민 "공공임대료 바뀐 2012년" 주장
8·2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대출로 분양전환가 마련 어려워져
입주민 "분양전환 가처분금지 낼 것"
| △분양 전환을 앞두고 있는 10년 공공임대주택 단지에서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놓고 입주민과 LH가 갈등을 빚고 있다. LH가 판교신도시에 공급한 10년 공공임대주택 단지 전경.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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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다음달 10년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분양 전환에 나서는 단지에서 분양 전환 시점을 놓고 입주민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2009년 판교신도시에서 첫 입주한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의무 임대기간인 10년이 끝나는 내후년부터 본격적으로 분양 전환 시기를 맞는다. 그러나 LH가 당초 다른 임대주택 유형으로 공급한 뒤 임대 도중에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유형을 변경한 주택 중에서 이 보다 먼저 분양 전환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이 같은 경우의 의무 임대 기간 및 분양 전환 시점 산정을 두고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내달 1일 분양 전환을 맞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있는 ‘롯데캐슬 루나’(임대주택 49가구)다.
10년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기존 5년 공공임대주택보다 임대 기간을 늘려 2004년 처음 도입됐다. 이 주택은 임대 기간의 절반인 5년이 지나면 입주민과 사업자 간 협의를 통해 분양 전환이 가능하고 10년 의무 임대기간이 지나면 거주자에게 우선적으로 분양하게 된다. 2009년 판교에서 처음 입주하기 시작한 10년 공공임대주택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분양 전환 시기를 맞는다.
이 보다 먼저 분양 전환 시점을 맞게된 롯데캐슬 루나는 임대 개시 이후 임대주택 유형이 변경된 사례다. 롯데캐슬 루나는 당초 2007년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에 따라 LH(당시 대한주택공사)가 매입해 재건축 임대아파트로 공급했다. 이후 2012년 LH가 해당 주택 유형을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변경했고 의무 임대기간을 최초 임대 시점인 2007년으로 산정해 내달 분양 전환을 맞게 된 것이다.
임차인 대표회의 측은 임대 개시 이후 주택 유형이 변경된 것을 고려하지 않고 최초 임대 시점을 기준으로 분양 전환 시점을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2007년 공급 당시 이 주택은 ‘재건축 임대주택’으로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분양 전환은 불가능하다는 조건이었다”며 “임대 유형이 10년 공공임대로 변경된 2012년을 기준으로 거주 연한과 분양 전환 시점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회의 측은 앞서 6월 내달 분양 전환과 관련해 LH에 2차례 분양 전환 연기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상황이다.
그러나 LH는 분양 전환 연기가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LH 관계자는 “당시 주택 유형 전환은 LH와 임차인 간 협의와 국토부의 승인을 통해 이뤄졌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은 주택 유형 변경 때 새로 쓴 계약서에 동의했다”며 “재건축 매입임대도 임대이기 때문에 주택 유형에 관계없이 최초 임대 시점부터 분양 전환 시점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 개선을 공약 사항으로 내걸었지만 이 같은 방안이 추진되기 전 전환 사례가 되면서 분양전환가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현행 10년 공공임대주택은 5년 공공임대주택과 공급 대상, 임대 조건, 소득 기준 등에 차이가 없지만 분양전환가 책정 방식이 달라 제도 개선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의 평균 금액으로 분양전환가를 책정하는 5년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10년 공공임대주택은 ‘감정평가금액 이하’로만 분양전환가를 규정하고 있다.
시세에 연동되는 감정평가금액만을 기준으로 분양전환가를 산정하는 경우 임차인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앞서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5년 공공임대주택과 동일하게 변경하는 내용으로 대표 발의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아직 소관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LH가 기존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에 따라 책정한 이 단지의 분양전환가는 주택형별 평균 △전용면적 59㎡형 3억 5490만원 △전용 84㎡형 4억 3196만원 △전용 127㎡형 5억 5027만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이 단지의 실거래가는 △전용 59㎡형 3억 8900만~4억 200만원 △전용 84㎡형 4억 3400만~4억 6000만원 △전용127㎡형 5억 1250만~5억 6700만원 선으로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LH는 해당 주택을 전용 59㎡형 기준 1억 5171만원에 매입했다.
분양전환가에는 지난 5월 책정 당시 개발 호재 등에 따른 집값 상승세가 반영됐지만 이 같은 상승세에 ‘8·2 부동산 대책’으로 해당 지역이 투기지역으로 묶이면서 정작 임차인들은 대출을 통해 분양전환가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게 된 상황이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LH가 분양전환가를 통지한 게 지난 7월 31일인데 당장 다음달에 시세 수준의 분양전환가로 분양을 받으라고 하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임차인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이주 중 LH를 상대로 분양전환 가처분금지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