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야가라③] 아름다운 산 아래 맑은 계곡을 즐기다
by강경록 기자
2017.07.29 00:06:31
한국관광공사 추천 8월 가볼만한 곳
강원도 인제 미산계곡
문일식 여행 작가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내린천은 홍천군 내면의 ‘내’, 인제군 기린면의 ‘린’을 딴 이름이다. 계방천과 자운천이 만나 시작되는 내린천은 깊고 높은 산자락을 따라 감입곡류 하다가 상남면에서 상남천, 현리에서 방태천을 더해 흐른다. 홍천에서 인제로 접어드는 내린천을 미산계곡이라 한다. 미산계곡은 대개인동과 소개인동을 품은 미산마을을 지나 10km에 이르며, 인제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내린천 상류로 물이 맑고 깨끗해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미산계곡’
미산마을은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여서 붙은 이름이다. 마을 주변을 둘러보면 금세 고개가 끄덕여진다. 개인산, 방태산, 맹현봉 등 1200m가 훌쩍 넘는 산자락이 마을을 겹겹이 감싼다. 미산마을에서는 리버 버깅(river bugging)을 즐겨보자. 리버 버깅은 뉴질랜드에서 개발된 수상 레포츠로, 급류를 이루는 계곡에서 가능하다. 도입 당시 뉴질랜드 컨설턴트와 함께 전국의 유명 계곡과 강을 답사했는데, 미산계곡이 가장 적합한 장소로 판단되었다고 한다. 미산마을은 우리나라 리버 버깅의 시발점인 셈이다.
리버 버깅은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리버 버깅을 하는 사람을 멀리서 보면 물 위에 뒤집혀 버둥거리는 벌레의 날갯짓 같아 붙은 이름이다. 리버 버깅에 가장 중요한 장비를 리버 버그라 부른다. 리버 버그는 1인승 공기 주입식 급류 보트로, 앞이 툭 터진 ‘U 자형’이다. 리버 버깅에는 몸을 의지해 급류를 타고 내려가는 리버 버그와 두께 5mm 슈트, 구명동의, 헬멧, 발을 보호하는 슈즈와 추진력을 제공하는 오리발, 방향 전환용 장갑 등이 필요하다.
장비를 착용한 뒤 약 5.5km 떨어진 승선장으로 이동한다. 물에 들어가면 리버 버그 타는 법, 물속에서 적응하는 법, 리버 버그가 전복될 경우 탈출하고 다시 타는 법 등을 반복적으로 배운다. 특히 리버 버그 탈출 방법은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급류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버 버그가 뒤집히면 밸크로 테이프를 떼어 탈출함과 동시에, 리버 버그 손잡이를 잡아 떠내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리버 버깅은 30분 정도 강습을 거치면 초보자도 쉽게 탈 수 있다. 급류가 무섭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도 강사가 곳곳에 배치되어 급류에 빠지더라도 신속하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강습을 마치면 본격적인 급류 타기가 시작된다. 초급 코스는 승선장에서 소개인동까지 2.7km, 고급 코스는 소개인동을 지나 용바위까지 약 4km다. 미산계곡은 소개인동을 지나면 한 바퀴 크게 휘감아 감입곡류 하는데, 이곳에 용바위가 있다. 리버 버깅 코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험난한 곳이다.
리버 버그는 출발 지점에서 비교적 평온하게 움직인다. 어느 정도 가다가 하얀 포말이 계곡 전체로 퍼지면서 급류 구간이 시작된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리버 버그가 하나둘 급류를 향해 돌진한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급류를 타고 넘기도 하고, 리버 버그가 뒤집혀 떠내려가기도 한다. 뒤집힌 리버 버그에서 탈출한 것도 잠시, 다시 리버 버그에 올라 두 번째와 세 번째 급류를 향해 출발한다. 리버 버깅은 초급 코스가 2시간 정도 걸린다.
◇수상 레포츠의 천국 ‘내린천’
미산마을에서는 견지낚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미산계곡은 쉬리, 열목어 등이 서식하는 일급수다. 마을에서 견지낚싯대와 바지장화, 수장대, 살림망 등 장비 대여는 물론, 물고기가 잘 잡히는 곳으로 안내하고 낚시 요령까지 알려준다. 피라미와 갈겨니, 참마자, 꺽지, 버들치, 열목어 등이 잡히며,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오는 플라이낚시는 아니어도 짜릿한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잡은 물고기로 튀김이나 매운탕, 조림까지 맛보니 일석이조다.
여름 수상 레포츠 하면 래프팅을 빼놓을 수 없다. 내린천은 급류가 많고 코스도 길어 우리나라 최고의 래프팅 명소로 꼽힌다. 기린면 현리의 기린솔섬유원지에서 고사리쉼터까지 다양한 코스가 있다. 내린천수변공원에서 고사리쉼터나 밤섬까지 약 7.5km가 래프팅을 가장 짜릿하게 즐기는 코스다.
상남면 소재지에서 남면 소재지로 이어지는 446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교각 아래로 내려가, 오솔길과 데크를 300m 정도 지나면 용소폭포가 나온다. 폭포 아래 용이 머무른 소가 있어 붙은 이름으로, 상남폭포라고도 불린다.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독특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용에게 간절히 비는 게 아니라, 용을 노하게 하는 방법이다. 폭포에 개의 피를 흘리면 용이 부정한 피를 씻어내려고 뇌성벽력을 치며 큰비가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폭포 입구에서 안쪽으로 깊이 팬 용소폭포의 전경이 보이고, 전망대에 오르면 물줄기가 휘감아 돌며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상남면 북쪽에 자리 잡은 기린면에도 시원한 여름을 즐길 만한 곳이 많다. 기린면 현리에서 조침령을 넘어 양양으로 418번 지방도가 이어진다. 418번 지방도는 방태산과 곰배령 사이에 난 길로, 그 주변에 진동계곡과 아침가리, 연가리가 있다. 여름철 가장 인기 있는 아침가리는 연가리와 함께 ‘삼둔사가리’라 불릴 정도로 오지 중 오지다. 방동교에서 방동약수를 거쳐 조경교(6km)까지 걸어간 뒤, 조경교 아래로 진동계곡 합수 지점(6km)까지 아침가리가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가기도 하고 물을 건너기도 하는데, 시원한 계곡에 몸을 담그고 시간을 보내기 좋다. 아침가리 트레킹을 하려면 갈아입을 옷과 등산화가 필수다. 총 12km로 6~7시간이 걸린다. 아침가리 트레킹이 부담스럽다면, 도착 지점인 진동1리에 쉴 곳을 마련하고 진동계곡이나 아침가리 초입에서 물놀이를 해도 좋다. 10분 정도 올라가면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계곡이 있다.
아침가리와 가까운 곳에 연가리가 있다. 진동1리 마을회관에서 조침령 쪽으로 약 3.6km 가면 연가리 표지판이 있고, 마을 안쪽으로 내려가면 진동계곡과 합류하는 연가리를 만난다. 아침가리보다 규모가 작지만, 상대적으로 한적하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쉴 만한 물가를 찾아보자.
방태산자연휴양림은 계곡과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산림문화휴양관, 야영장, 산책로가 이어진다. 휴양림 시설이 계곡과 나란히 자리해서, 여름에는 이단폭포와 산책로만 다녀와도 좋다. 산책로는 구룡덕봉과 주억봉 등 방태산 등산로 초입에 있어 더위를 피하기 좋다. 휴양림으로 들어가기 전에 철분과 탄산, 망간 등이 함유되어 톡 쏘는 방동약수 한잔 마시는 것도 잊지 말자.
◇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 미산계곡(리버 버깅)→용소폭포→아침가리
△1박 2일 여행 코스= 용소폭포→미산계곡(리버 버깅)→미산계곡 즐기기→숙박→방동약수→방태산자연휴양림→아침가리→연가리
△가는길= 설울양양고속도로 인제 IC→인제IC교차로에서 상남 방면 31번 국도로 우회전→오미재 넘어 상남삼거리에서 직진, 상남우체국 끼고 446번 지방도 내린천로로 좌회전, 10.8km 직진→미산계곡
△주변 볼거리= 곰배령, 원대리 자작나무 숲, 인제나르샤파크, 짚트랙, 인제아이언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