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잠 못 드는 밤…뜨거운 수면시장

by김태현 기자
2017.06.01 05:45:00

롯데백화점 ‘건강수면샵’에서 수면 컨설턴트를 받고 있는 이용자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회사원 김수진(36)씨는 얼마 전 점심 시간 짬을 내 수면카페를 다녀왔다. 최근 출산휴가 복귀 이후 낮에는 익숙지 않은 업무에, 저녁에는 아이 잠투정에 쪽잠 조차 제대로 잘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처음 들어선 수면카페 내부는 상상하던 것과는 달랐다. 은은한 아로마향에 차분한 클래식에 마음 마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단돈5000원에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아무 간섭도 없이 푹 자고 나온 김씨는 상쾌한 기분으로 오후를 시작했다.

잠 못 드는 현대인을 위한 수면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잦은 야근과 회식 그리고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으로 수면 장애를 토로하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수면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숙면을 유도하는 음료수부터 쪽잠을 잘 수 있는 수면카페 그리고 수면을 코치하는 수면 컨설턴트까지 다양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수면시간이 가장 적은 곳은 한국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9분으로, 미국(평균 8시간 38분)이나 영국(평군 8시간 13분), 프랑스(평균 8시간 50분)보다 최대 1시간 가량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수면시간보다 더 큰 문제는 수면의 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 한 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72만명이라고 밝혔다. 5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해 약 56% 이상 급증했다. 실제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까지 더하면 전체 성인 인구 중 약 12%(100만명)에 달한다.

이렇듯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수면시장 역시 달아오르고 있다. 2011년 4800억원 규모였던 기능성 침구시장은 2014년 60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오픈마켓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면 건강 관련 용품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83% 성장했다.

제품별로는 소음방지용 귀마개나 수면용 안대를 비롯한 수면 소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수면에 도움이 되는 백색소음기(왼쪽부터), 수면안대, 코골이방지밴드 (사진=G마켓 제공)
그러나 국내 수면 시장은 주변국인 일본,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새발의 피’다. 일본 수면시장은 6조원대를 넘어섰고, 미국 수면시장은 일본 시장의 3배 이상인 20조원 규모에 달한다.



한국수면산업협회 관계자는 “수면시장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국내 수면시장은 이미 2015년 2조원을 돌파했고, 앞으로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면시장 빠르게 성장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들과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침구 전문 브랜드 이브자리는 개인 맞춤형 수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별도 브랜드 ‘슬립앤슬립’을 론칭했다. 슬립앤슬립 매장을 방문하면 ‘슬립 코디네이터’를 만날 수 있다.

슬립 코디네이터는 수면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개별 상담도 진행하면서 개별 체형까지 분석해 개개인에게 적합한 제품을 골라준다. 슬립앤슬립은 ‘개인 수면 비서’라는 콘셉트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2014년 론칭 이후 3년 만에 매장을 80여 곳으로 빠르게 늘렸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롯데백화점은 ‘건강수면샵’을 운영하고 있다. 본점과 잠실점 등 총 11개 점포에서 운영하고 있는 건강수면샵은 소형 가전부터 아로마테라피까지 다양한 수면 도우미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외 먹고 마시는 숙면 식음료 제품들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칠성(005300)음료가 출시한 ‘스위트 슬립’은 숙면을 위한 릴렉스 음료다. 긴장 완화에 되는 다양한 허브 추출물과 비타민 B를 첨가했다. 상표명 역시 ‘달콤한 잠’이라는 의미로 스위트 슬립으로 결정했다.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 2015년 숙면에 도움을 주는 건강식품 ‘슬리피즈’를 출시한 바 있다. 슬리피즈는 백야 현상으로 수면장애를 겪는 북유럽 사람들이 숙면을 위해 잠들게 해주는 성분인 멜라토닌이 풍부한밤에 짠 우유인 나이트 밀크를 마신다는 점에서 착안해 개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