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유 기자
2017.01.29 05:00:00
탑코 '청소부K' 홍순식-신진우 작가 인터뷰
국정원 자료 찾고 경찰청 직접 취재도 '현실감' 높여
주인공 '김진' 설정시 배우 김상중씨 떠올려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홍순식(이하 홍): 애초에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면 범인들은 그에 응당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밀양 사건, 아니 밀양 사건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범죄사건이 그렇듯 범인들이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법적 처벌은 요원해진다. 이런 비상식이 사회 전반에 상식화돼 있는데 이런 정의에 대한 갈증을 웹툰으로 해결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웹툰의 주인공처럼 해결하는 것 또한 정의는 아니지만 그런 억울한 마음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우리 사회에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길 바랄 뿐이다.
신진우(이하 신): 밀양여중생 사건도 많이 참고했지만 개인적으로 2009년 리투아니아에서 일어났던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드라슈스 케디스’라는 인물을 ‘김진’의 롤모델로 생각하며 작업했다. 드라슈스 케디스는 4살 밖에 안 된 자신의 어린 딸이 불법성매매에 동원된 것을 알게 된 후 법에 하소연해보지만 아무런 법적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직접 자신의 딸을 성폭행한 판사 등을 살해한 인물이다. 그 사건을 살펴보니 직금 대한민국의 현실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같은 금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상념들이 우리의 전작 ‘프릭’을 작업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언젠가는 이에 대해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마침 청소부K라는 작품의 원동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
홍: 사실 국정원과 검찰의 취재는 쉽지 않고 관련 자료라던지 영상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경찰의 경우는 이전 작품인 프릭의 주요 배경이어서 직접 서울지방경찰청에 취재를 간 적은 있다. 여러 사진도 찍고 홍보 담당 직원의 얘기도 들었다. 프릭이나 청소부K뿐 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두고 두고 활용할 예정이다.
신: 홍 작가님 말씀대로 경찰의 경우엔 프릭 작업 때 모아놓은 자료가 있어서 이를 재활용했다. 그리고 검찰이나 국정원 취재는 운 좋게 지인의 소개로 그쪽에 종사했던 분을 알게돼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는 이야기하길 꺼리는 눈치였다(아니면 그런 에피소드가 없거나). 어찌보면 독자분들이 흥미진진하게 여긴 디테일들은 영화 ‘007’과 같은 장르적 ‘판타지’라고 볼 수 있다.
홍:스토리 상의 문제긴 하지만 ‘복수’라는 주제로 연출을 한다면 사실 왜 복수를 하게 되는가에 대한 사전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독자들에겐 지루할 수도, 보기 힘들어 할 수도, 또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필요한 연출이다. 그렇게 감정을 쌓아 폭발시켜야 이른바 ‘사이다’로 느껴지기 때문인데 청소부K에서는 이런 부분이 잘 살아있어 독자들의 감정 이입이 좀 더 쉽고 끈끈하게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신: 개인적으로 폐건물에서 조폭들과의 액션까지를 ‘1부’, 그 이후는 ‘2부’로 생각하고 있다. 1부는 딸을 잃은 김진의 복수극에 집중했다면 2부는 범죄수사물과 정치스릴러라는 장르로 확대해서 스토리를 쓰고 있다고 해야 될까? 복수극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자칫 독자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범죄수사물과 정치스릴러적인 요소를 첨가하면 좀 더 다양하게 독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않을까 생각해서 작업했다. 뭐, 지금까지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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