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인상분 3200억 '공돈' 슬그머니 챙긴 KT&G

by장영은 기자
2016.09.26 06:00:00

지난해 담뱃세 인상 과정서 재고차익 3178억…소비자에게 정부 대신 세금 받은 셈
사회공헌 활동 발표했지만 4년 동안 1천억 확대 계획…2천억 넘는 돈은 ''꿀꺽''
담뱃세 올리면서 관련제도 못 챙긴 정부와 기업 이익챙기기에 소비자만 ''봉''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담뱃세 인상 과정에서 3200억원에 달하는 세금 인상분을 소비자로부터 받아 챙긴 KT&G(033780)가 이를 사회 공헌에 쓴다고 밝혔지만 이 중 실제로 사회에 내놓을 돈은 고작 1000억여원에 불과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로 정부가 담뱃세를 인상하면서 제조사이자 유통사인 KT&G는 재고차익으로 3178억원의 추가 이익을 거뒀다.

2015년 담뱃세를 기존 1322.5원에서 2914.4원으로 두 배 넘게 올리는 과정에서 세금 인상 전 KT&G가 재고로 보유하고 있던 담배 1억9000만여갑에 대해 한 갑당 1600원(세금 인상분)의 세금이 고스란히 KT&G의 이익으로 들어간 것이다.

KT&G가 2015년 1분기에 4500원에 판매한 담배의 대부분은 판매가격 2500원 기준의 세금을 낸 제품이었던 셈이다. 감사원 담당자는 “이는 담배 소비자가 세금 등으로 여기고 지불해 납부한 것이므로 국고에 귀속돼야 하고 제조사 등의 이익으로 귀속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KT&G는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4년간 3300억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정부 대신 받은 세금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통큰’ 결단으로 보였으나 실상은 달랐다.

KT&G는 이전에도 매출액의 2% 정도를 사회공헌에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고차익이 생기기 전년도인 2014년에도 KT&G는 584억원을 사회공헌에 지출했다.

담뱃세 인상으로 대규모 이익을 거둔 지난해 KT&G가 사회공헌에 내놓은 돈은 808억원으로 전년대비 220억원 늘었을 뿐이다. 4년간으로 계산해도 기존 대비 1000억원 정도를 사회공헌에 더 투자하겠다는 이야기다.

감사원측도 3178억원의 ‘본질’이 국민이 낸 세금인 만큼 사회 공헌에 쓴다면 해당 금액 전액을 환원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으나 KT&G측으로부터 추가 조치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