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성선화 기자
2016.08.06 06:00:00
[마이리얼플랜 칼럼]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내려져서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었던 많은 것들을 바로잡고자 하는 법이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미묘한 상황이 많아서 여전히 논의 해야 할 일들이 많아 보인다.
조금 다른 경우지만 보험업계에도 금품수수 등의 이면거래에 대한 일들이 있다. 관계 법에 따르면 보험계약에 따른 금품 제공의 한도는 김영란법과 유사하게 3만원으로 정하고 있지만, 판매 현장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하다. 보험업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첫 보험료나 그 이상의 보험료 대납인데, 월 3만원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납은 보험업계의 오랜 관행
보험료 대신 납입해주는 방식으로 보험상품 판매수수료의 일부를 돌려주는 흔한 사례와 달리, 태아보험의 영업시장은 사태가 심각하다. 태아보험을 가입하면 유모차를 선물로 받는다는 건 이제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태아보험의 판매수수료가 도대체 얼마이길래 값비싼 유모차를 준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고가의 사은품을 원하고 제공받고 있으며 이미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가끔 케이블TV의 광고를 보면 보험상품의 광고인지, 사은품광고인지 모를 정도로 사은품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그야말로 주객이전도 된 경우가 많다. 치아보험 광고에서 소형세탁기를 사은품으로 주는데 세탁기에 대한 설명이 과히 짧지 않다. 더 대단한 것은 보험가입을 하는 조건이 아닌 상담 전화만 한다고 해도 선물을 주겠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구조라서 가능한 건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간단한 조사만 해봐도 고가의 사은품을 포함한 보험가입은 쉽게 추가이익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모차를 받는 태아보험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의 보험료로 가입을 해야 하고 사은품의 종류에 따라 분담금을 일시불로 따로 납입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만원이면 될 보험계약을 십만원에 가입 해야 하고, 값비싼 유모차라면 일정 금액을 별도로 지불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비싸게 보험가입하고 사은품도 결국 내 돈을 주고 사는 결과가 된다. 최근에는 사은품을 직접 주는 게 아닌 공동구매에 참여시키거나 판매처를 소개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쓰기도 한다.
결국엔 설계사도 피해자
최근에는 이런 판매방식 때문에 오히려 설계사가 피해를 입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보험 계약을 한 뒤 다음날 해지하는 수법으로 사은품만 전문적으로 챙기는 사기행각이 들어난 것이다. 이 사기꾼은 보험가입을 한 뒤 철회를 해서 보험설계사에게 대납시킨 보험료와 상품권 등의 사은품까지 받았다고 한다. 정말 이런 웃지 못할 어처구니 없는 사례를 보면, 정도(正道)를 걷는 판매행위가 아닌 사은품을 강조하는 왜곡된 시장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피해를 양산해내는 일인지 한탄스러울 일이다.
결국 본질에서 벗어난 이면 거래는 서로의 살을 갉아먹는 결과를 가져온다. 과거에는 보험 영업시장에서 보험료 대납이나 선물 증정은 ‘애교’수준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보험광고의 주요 내용이 보험상품인지, 사은품인지 혼동될 만큼 심각하게 왜곡된 광고에 쉽게 노출 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보험비교 웹사이트에서는 공식적인 보험료 대납에 대한 암시를 하고 있으며. 일부 보험대리점에서는 TM판매자가 이용하는 인트라넷에 버젓이 보험료 대납을 관리 하는 시스템을 가동 중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가의 사은품을 강조하는 판매방식은 결국 가입자로 하여금 현실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오히려 보험설계사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어 결국 건강한 시장을 만드는데 해를 끼친다. 소비자보험시장에서 이런 관행은 결국 양쪽에 피해만 가중될 뿐이다. 사은품에 취해 가입한 보험가입자는 결국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보험료가 버거워지면 쉽사리 해약할 것이고, 무리한 사은품을 내지르면서 영업을 하는 보험설계사 역시 손해를 볼 수 있는 사회적인 낭비가 되는 게임이 될 뿐이다.
▶마이리얼플랜(www.myrealplan.co.kr)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고객과 설계사를 효과적으로 이어주는 O2O 플랫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