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 2천만기 중 절반이 불법…손놓은 정부에 관리망 '구멍'

by김기덕 기자
2016.01.18 06:00:00

전국 불법분묘 천만기 이상 추산되지만 적발은 수백건
2010년 묘지조사 계획안 예산·인력 부족에 ''올스톱''
상반기 중 분묘 정비방안 마련… 지자체 "실효성 의문"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전국 2000만기 이상의 분묘 가운데 남의 땅에 몰래 봉분을 올리거나 규격 이상의 무덤을 설치하고 신고를 하지 않는 불법분묘 비중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말 정부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葬事法))을 개정해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방치된 위법한 분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예산과 인력부족을 이유로 정확한 불법분묘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분묘 넘쳐나는데..연 212건 적발 그쳐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전국 지자체가 불법분묘를 적발한 건수는 총 212건에 불과하다. 반면 학계에서는 전국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만들어진 무덤을 1000만기 이상으로 추산한다. 매년 약 25만명이 세상을 떠나고 이들 중 5만명 가량이 무덤에 묻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자체들이 불법분묘 관리를 포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태복 한국토지행정학회장은 “장사법에 적용을 받는 개인·가족묘지, 종·문종묘지, 공설묘지 등은 전국적으로 총 2000만기 이상이다. 이 중 최소 절반 이상은 불법분묘로 추정된다”며 “관리가 불가능한 공동묘지도 3000곳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분묘에는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인 남의 땅에 주인 허락없이 봉분을 올리는 일명 ‘묘지 알박기’를 비롯해 무덤을 쓸 수 없는 장소나 허락된 공간 이상으로 묘지를 넓게 쓰는 행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불법분묘에 대해 지자체는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이전·원상복구 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

사설묘지 설치 기준(자료:복지부)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것만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불법분묘 정비를 위해 ‘전국 묘지 조사 계획’을 추진했다. 당시 정부는 비무장지대, 군사시설보호구역, 고산지대 등 접근이 곤란한 곳을 제외하고 파악할 수 있는 분묘수를 총 1300만기로 추정했다.

그러나 예산이 발목을 잡았다. 전국 각지에 산재한 분묘 파악을 위해서만 2년간 2383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복지부 내 노인정책과 등 장사 관련 부서에 배정된 연간 예산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시에도 예산이 과다하게 소요된다는 지적이 있어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어 6년째 방치된 상태”라고 전했다.

◇상반기중 불법분묘 관리 가이드라인 제정

지난해 말 개정된 장사법은 그동안 방치상태였던 불법분묘 정비를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국 화장률 80% 시대를 앞두고 국토 이용의 효율화를 위해 위법한 분묘를 일제히 정리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4조를 보면 위법한 분묘설치의 방치를 위한 시책을 국가와 지자체가 마련하고 이를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법률은 올 8월 30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올 상반기 안에 불법분묘 정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노인지원과 관계자는 “정확한 전국 분묘 실태조사를 위한 실행 가능한 방안과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올 상반기에 마련하고, 하반기 중 공청회를 열어 관련 세부규칙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불법분묘 문제는 워낙 오래전부터 진행됐던 방대한사안이라 그 대상과 시기를 어디까지 한정지을지 아직 고민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에서는 불법분묘 실태조사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분묘 실태조사와 이행강제에 대한 인력과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과연 분묘 이행강제 등의 대책을 내 놓는다고 해도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