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상품가입·대출…카톡 메시지로 해외송금도 OK

by김동욱 기자
2015.11.30 06:00:00

[이데일리 김동욱 정다슬 기자] 신용등급이 7등급인 김모씨는 지난달 저축은행에서 연 20% 금리를 조건으로 신용대출을 받았다. 김씨는 현재 빚이 없고 직장인이어서 돈을 갚을 능력도 되지만 과거 한 차례 빚을 연체한 이력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져 금리가 싼 1금융권 대신 2금융권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씨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선보인 연 13% 신용대출 상품으로 갈아탔다. 카카오뱅크가 카드거래 내역은 물론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와 같은 SNS 활동 정보를 바탕으로 신용등급을 새로 매겨 대출을 해준 덕분이다. 이를 계기로 카카오뱅크에 예금을 맡긴 김씨는 매달 이자 정보를 카톡으로 받는다. 최근엔 예금이자를 현금 대신 게임 아이템으로 받았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선보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몰고 올 새로운 풍경들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계기로 국내 은행산업은 물론 금융소비자들도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덩치가 큰 은행들이다. 지금은 동네마다 갖추고 있는 은행 점포를 무기로 기존 고객을 붙잡고 있지만 핀테크(IT+금융)를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하면 균형추가 언제든지 한쪽으로 쏠릴 수 있어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으로 ‘뱅크’없는 ‘뱅킹’시대가 도래한다는 얘기다.



인터넷은행의 가장 큰 매력은 서비스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원동력은 낮은 비용 구조에 있다. 계좌 개설을 비롯한 모든 업무를 인터넷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은행처럼 전국에 지점을 두고 많은 직원을 둘 이유가 없다. 인터넷 은행으로선 비용 절감을 통해 금리·수수료를 낮춰주는 건 기본이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은행이 제공할 수 없는 특화한 서비스도 선보일 수 있다. 반면 이 같은 기능을 갖추지 못하면 이름만 인터넷 은행으로 전락해 도태될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패가 기존 은행과는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를 갖추었는지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이 지금의 금융산업을 변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이 내년 본격 영업에 들어가면 스마트폰(모바일)을 통한 원스톱 금융서비스가 상당히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굳이 은행 영업 시간에 맞춰 은행 점포를 찾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모바일기기로 계좌개설부터 입출금까지 모든 은행업무를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3800만명이 쓰는 SNS ‘카카오톡’을 이용한 카톡 플랫폼 기반의 7대 혁신 금융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루 평균 55회 사용하는 카톡을 통해 송금은 물론 외환 송금, 환전과 같은 서비스도 내놓는다. 인공지능을 갖춘 금융봇이 카톡을 통해 24시간 고객의 물음에 답하는 플랫폼도 선보인다. 카카오 윤호영 부사장은 “금융소비자가 몸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카카오뱅크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주도한 K뱅크는 ‘언제 어디서나 편리한 뱅킹 서비스’를 내세웠다. 계좌번호가 없어도 휴대폰 번호만 알면 돈을 송금할 수 있고 이메일 기반의 송금 서비스도 내놓는다. 여기에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GS25 편의점 채널을 활용해 오프라인에서도 금융상품 가입, 대출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KG이니시스를 통해 온라인상에서의 간편결제도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저신용자를 상대로 한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도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금융대출 시장은 1금융권과 2금융권으로 나뉘어 있지만 대출금리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1금융권에선 연 3~5%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2금융권으로 밀리면 15~34% 수준의 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이번에 새로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방식을 도입해 연 13% 수준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선보여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상태다.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이 IT와 금융이 합쳐진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것이어서 인터넷은행이 발전할수록 핀테크와 같은 유관산업 발달에 따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실제 일본에선 인터넷은행 출범 후 자체 효과만으로 2000여명의 고용을 창출한 사례가 있다.

정부는 새로 출범하는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산업 판을 흔드는 ‘메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새로운 경쟁자와 차별화된 사업모델이 출현해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해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 서비스 개선노력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터넷 은행의 성패는 결국 혁신에 달려 있다”며 “1호 인터넷 은행이 잘 자리 잡아야 은산분리 완화 방안도 비교적 수월하게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