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남경필 "권력 나누면 더 커진다…연정은 시대정신"

by김정남 기자
2015.06.23 06:01:00

"메르스 사태 기록중…중앙·지방관계 등 문제점 정리"
"지도자는 모든 문제서 사령관 되면 안돼…협업 중요"
"盧 전 대통령, 당선 전 연정 공약했으면 가능했을 것"
"연정 하면 몸싸움 없어져…선진화법 자동 폐기될 것"

남경필 경기지사는 “차기 대선에 나가는 사람들 중 분명히 연합정치(연정)를 공약한 후보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수원=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큰 꿈을 꾸는 정치 지도자들이 가장 골몰하는 게 ‘시대정신’이다. 특정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보편적 요구를 간파해 이를 실제 정책에 오랜기간 일관되게 반영하는 것은 곧 최고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역대 지도자들이 다 그런 과정을 거쳤다.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남경필 경기지사는 우리 시대정신을 ‘협업’(協業·Collaboration)으로 보고 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를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국가재난도, 고질적인 여야 정치권의 극한 대립도 모두 협업이란 키워드로 풀고 있다. 남경필식 연합정치(연정)도 그렇게 태어났다.

“메르스 극복은 대통령도 도지사도 여당도 야당도 공무원도 혼자 못 합니다. 협업 관계 속에서 조율된 조치들이 어우러져야 합니다.” 이데일리가 지난 19일 경기도청에서 남 지사의 ‘협업론’ ‘연정론’을 들어봤다.

△경기도는 환자 발생이 조금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평택시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메르스 그 자체보다는 지역사회가 메르스로 경제적 타격을 너무 많이 받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현재 시스템에서 중앙정부 머리이고, 광역단체 허리이고, 기초단체는 손발입니다. 머리가 판단하고 지시하고 정보도 제공해야 허리를 통해 손발이 움직이는데, 이번에 초기 문제는 머리가 혼자 판단하고 정보와 명령 체계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정보의 공유와 공개는 좀 다릅니다. 국민들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냐 도지사냐 시장·군수냐를 나눠서 믿는 게 아니라 다 정부로 믿습니다. 하나의 정부입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구분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면에서 초기에 상당히 부족함을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것이지요. 일반에 ‘공개’하는 것 역시 세상의 변화에 맞지 않는 과거식 매뉴얼을 갖고 있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 돌아다니는데 과거처럼 몇 개 언론만 통제하면 모든 정보가 통제될 줄 알았던 것이지요. 그 시절 매뉴얼만 갖고 하면 완전히 ‘뒷북’을 치는 거죠. 체계에 맞춰 매뉴얼화 돼 공유와 공개에 대한 기준이 있었으면 아주 잘 됐을 텐데 말이죠. 이번에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사생활(프라이버시) 침해까진 안 되지만 그걸 존중하는 한도 내에서 되도록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정확히 알려야 괴담이 없어집니다.

△일단 메르스가 끝나야죠. 담당자들에게는 다 기록해 놓으라고 했습니다. 경기도는 중앙정부와 관계 등에서 아쉬웠던 점과 고쳐야 할 점을 건의하고 우리 나름대로 시·군과 관계에 있어 문제점을 정리할 겁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1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 도중 웃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정치는 세상의 온갖 갈등과 이해관계를 되도록 적은 비용과 예산으로 짧은 시간에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거꾸로 입니다. 저는 앞으로 위대한 정치 지도자는 평소에는 ‘도대체 대통령 어디 있어’ 이런 얘기를 듣다가, 위기가 닥쳤을 때 나타나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봅니다. 옛날에는 모든 문제에서 사령관이 돼 진두지휘하는 리더십을 필요로 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죠. 규모도 커지고 해서, 이걸 불협화음이 없도록 협업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남 지사의 협업론은 자성으로도 이어졌다. 남 지사는 “경기도 공무원들은 다 훌륭하다”면서도 “그런데 창의력은 다소 부족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다 갖추려고 하지 말고 외부의 힘을 접목하면 된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그가 도지사 선거에 나서면서 선보인 ‘굿모닝버스’ 공약이다.

△굿모닝버스는 민간의 아이디어를 가져온 겁니다. 공공의 요구이지요. 사람들이 출근할 때 서서 가고 오래 기다리는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 2분마다 앉은 상태에서 서울로 갈 수 있는 터미널을 만드는 것이죠. 그런데 이건 버스회사의 지원이 전적으로 필요합니다. 기존 버스노선이 정리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시범으로 동수원 인터체인지(IC) 부근 부지에서부터 시작할 겁니다.

△처음에 연정을 한다고 할 때 다들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되잖아요. 당장 연정 제도가 없어도 하잖아요. 사회통합부지사를 야당에 주지 않았습니까. ‘해보니 좋더라’ 이러면 제도를 아예 바꾸면 되죠. 연정은 일단 국민적 지지가 높습니다. 정치인들 싸움 좀 그만하고 협력하라는 게 민심이고 천심입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 때도 보세요. 민간 병원장들과 협력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가 다 했습니다. 제가 다 맡겼거든요. 행정은 1부지사가 다 하고, 의료보건은 사회통합부지사가 다 하는 겁니다. 연정 아니면 이게 가능하겠습니까. 권력자는 자기 권력을 나누면 됩니다. 권력자는 감시 받으면 되고요. 자꾸 시스템으로 불편하게 만들어야 됩니다. 권력자가 권력을 내려놓으려 하면 재밌게도 권력은 더 커집니다. 나누는 게 커지는 것이죠.”

△만약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또는 되기 전에 약속하고 연정을 했으면 됐을 겁니다. 아마 대한민국 정치가 바뀌었을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지 한 2~3년 있다가 대선도 얼마 안 남아서 하자고 하니 (잘 안 됐던 것이죠).

△법은 필요 없습니다. 정치적 합의가 있으면 됩니다. 선거법을 고쳐 다당제가 되면 당 사이에 연대가 되면 연정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겠죠. DJP(김대중-김종필) 연대가 대표적입니다. 그것을 더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독일식 개헌입니다. 구조를 바꾸는 것이죠. 지금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건 제1당에 총리를 주고, 부총리 한 명은 야당을 주면 됩니다.

남 지사는 연정에 대한 확신이 상당해 보였다. 지금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해법은 연정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차기 대선에 나가는 사람들 중 분명히 연정을 공약한 후보가 나올 것으로 본다”면서 “‘경기도 연정은 좋은데 왜 안하느냐’라는 국민적 지지가 있는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연정을 하겠다’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공약을 하면 실제 추후 실행하면 되고, 그러다가 지지를 받으면 제도 자체를 바꾸면 된다는 게 남 지사의 생각이다. 다만 그는 차기 대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특히 연정이 성공하고 이것을 통해 대한민국이 바뀔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게 저에게 더 어울리는 일입니다. 그것이 더 보람있고 즐거운 일입니다.

△선진화법을 처음 만들 때로 돌아가서 생각해 봅시다. 그때 도끼로 문을 부수고 최루탄을 터뜨리고 쇠사슬을 끊고. 연말마다 전세계적으로 나라 망신이었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은 몸싸움을 없애라는 것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9대국회 때 몸싸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예산안도 제때 통과됐고요. 법안도 통과율이 더 높아졌습니다. 어찌됐던 몸싸움은 없앴는데, 이걸 완벽한 법이라고는 얘기 안 합니다. 일부에서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서 고치자는 것은 동의합니다.그렇다고 또 몸싸움으로 가자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연정을 하면 몸싸움은 없을 겁니다. 연정을 하면 선진화법은 자동으로 폐기될 겁니다.

△일자리입니다. 도지사 끝나고 ‘남경필 너 뭐했니’라고 묻는다면 ‘일자리 몇개 만들었다’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일자리를 만들면 가계소득이 올라가고 세금도 더 걷히고, 선순환입니다. 어떤 일자리인지가 중요합니다.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 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입니다. 이것은 (그 성과가) 연말부터 보일 겁니다. 이들은 국내시장이 아니라 세계시장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중소기업 일자리입니다. 중소기업 일자리는 많이 비어있습니다. ‘미스매치’가 굉장히 많죠. 이것을 어떻게 줄일까에 방점이 있습니다. 또 은퇴자들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 겁니다.

기자는 5선 중진의 원조 소장파 시절 봤던 남경필보다 1년 경력의 초짜 지방행정가 남경필이 더 의욕에 넘쳐보였다. 그에게 ‘피로하진 않으시냐’ ‘책 볼 시간은 좀 있으시냐’고 묻자 또 협업의 키워드가 돌아왔다. “책은 많이 못 읽어요. 그 대신 거의 저녁에는 책을 쓸 만한 사람들, 쓰고도 남을 사람들과 만나 소주 한잔 하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해요. 경기도 공무원들도 좀 배우라고 데리고 가지요.”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19일 경기도청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후 경기도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