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있나, 강마에?" 2200명의 '베토벤 바이러스'

by양승준 기자
2014.09.18 06:20:13

국내 최대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
전국 51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주인공
"어떻게 살고 있나 허무했는데…"
600명 야외 공연·임헌정 지휘 16개 단체 연합 무대
'잠든 지역공연장 살리자' 시민예술운동 제안도
10월14~19일 세종문화회관 등 광화문 일대

오는 10월 14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등 광화문일대에서 펼쳐질 ‘생활예술 오케스트라 축제’. 이 행사를 꾸릴 시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축제에 선보일 공연 연습에 한창이다(사진=세종문화회관).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연주를 하고 있으면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할 정도로 나만의 인생이 가득 차오르는 걸 느낀다.”(미멜과 카라스 만돌린 내 만돌린 연주자 전민숙·74)

“직장인은 항상 어깨에 큰 짐을 짊어지고 다닌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도대체 나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나 허무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악기를 들고 연주를 하고 있으면 잊고 있던 나를 새롭게 느낀다.”(서울아트앙상블 색소폰 연주자 봉원일·60)

가정주부에 9급 공무원까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꿈을 잃고 사는 이들에 누구나 오케스트라 단원이 될 수 있다는 동화를 보여줘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올가을 제2의 ‘베토벤 바이러스’가 시작된다. 시민이 중심이 돼 여는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다. 51개 아마추어 단체 2200명의 연주 하모니가 광화문 일대를 적신다. 오는 10월14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광화문 광장 등에서 열린다. 이런 대규모 오케스트라 시민축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축제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 아버지와 딸·스승과 제자 등 10~70대가 모여 만든 평택페스티벌윈드오케스트라와 주부들로 구성된 아마빌레 오케스트라 등이 모여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준다. 행사 기간 동안 연합 단체의 20여 회 공연이 쏟아진다.



지난 6~7월에 걸쳐 진행됐던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 참가 예선 모습(사진=세종문화회관).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19일. 오후 3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과 광화문 광장에서 600명의 시민연주자가 하모니를 쌓을 600인 윈드 오케스트라 공연과 오후 5시부터 대극장에서 임헌정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지휘할 연합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이 축제의 백미다. 600인 윈드 오케스트라 공연은 1인 오프닝으로 시작해 광화문 곳곳에서 연주자들이 합류, 600인이 연주를 쌓는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과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 등을 선보인다. 600명이 40분 동안 하는 야외 공연이란 보기 드문 풍경이 회색 도시를 서정으로 물들인다. 임헌정의 지휘에 맞춰 16개 단체 120여 명이 연주할 베토벤 5번 교향곡 연주는 축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 이들의 연주를 지도하고 있는 채은석 꿈의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연습할 때 정말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음악의 힘이 무엇인지를 새삼 느꼈다”고 시민 연주자들의 열정을 전했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이번 축제를 시작으로 국민 누구나 생활 속에서 음악을 즐기고 함께 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운동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2015년 전국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를 열고 2016년에는 그 무대를 세계까지 넓힌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봉원일 생활예술오케스트라축제 위원장은 “이는 공연장 선순환 대안운동”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3년 낸 공연예술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 200여 개에 이르는 문예회관 및 공연장의 평균가동률은 35% 수준. 비어 있는 공연장을 주민이 나서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채우고 지역 공연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뜻이다. 봉 위원장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문예회관에서 무료로 연습하고 공연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주민에게 친숙하게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며 “단원들이 주민에게 재능기부와 예술교육의 기회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승현 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사업본부장은 “6개월 동인 자발적으로 축제를 이끌어 온 시민의 열정적인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세종문화회관도 시민예술축제후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02-399-1612.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를 꾸리는 2200여 시민이 내세운 행사 주제다(사진=세종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