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대책 한달]매도·매수자 '기 싸움' 재연
by정수영 기자
2013.09.27 07:02:42
아파트 매도 호가 오르자 수요자 ''멈칫''… ''눈치보기'' 치열
가격만 오르고 실거래는 줄어… ''대책 한달 증후군'' 반복
일부 수요자는 분양시장으로 눈돌리기도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한마디로 ‘눈치보기 장세’입니다. 집주인들은 아파트값을 올려 받으려고 하고, 사려는 사람들은 급매물 아니면 입질도 하지 않습니다. 요즘 주택 거래가 뜸한 이유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H공인 관계자)
주택 매도자와 매수자간 힘겨루기가 재연되고 있다. 지난 5월 ‘4·1 부동산 대책’ 발표 한달을 넘어서며 나타났던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26일 서울·수도권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입주 15년 이상의 낡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을 끌어올리려는 집주인과 급매물에만 관심을 찾는 수요자 간의 기싸움이 시작됐다.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오르자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서려던 수요자들도 멈칫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호가 상승에 부담을 느낀 매수 희망자들이 아예 분양시장 쪽으로 돌아서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등 매매 거래 활성화를 위한 내용을 주로 담은 8·28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택시장이 다소 살아나는 분위기다.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매매가격도 오름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26일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079건으로 지난달 2782건을 이미 넘어섰다. 하지만 이는 4·1 대책 이전인 3월 거래량(5154건)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매매가격도 오르고 있지만 상승 폭은 다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 집계 결과 지난주(9월 17~23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7% 올라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연휴 전(0.08%)보다는 오름 폭이 줄었다.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 뜸해진 때문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향후 매매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큰 폭으로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드림공인중개소 관계자는 “8·28 대책 발표 직후에는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잘 이뤄지더니 추석 전후로 다시 주춤하고 있다”며 “사려는 사람은 싼 매물만 찾고, 팔려는 사람은 ‘급할 게 없다’며 느긋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목동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고 있고, 매도자들은 오른 가격부담에 망설이고 있다. 목동 현대공인 관계자는 “매도자와 매수자간 가격괴리가 2000만~3000만원 정도 벌어져 있는데, 그래도 집주인이 가격을 조금만 낮추면 바로 살려는 사람들이 있어 긍정적이긴 하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아파트값을 올리는 사이 수요자들은 기존 주택시장이 아닌 분양시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비싼 기존 주택보다는 저렴한 새 아파트를 잡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건설사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해 유망지역에 신규 분양물량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전셋값보다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워 내집 장만을 고민하는 수요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달 들어 전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물량만 2만9000가구에 이른다.
분양 성적도 좋은 편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위례신도시에 내놓은 주상복합아파트 ‘위례아이파크’는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16.2대 1을, 삼성물산이 서울 잠원동에서 선보인 ‘래미안 잠원’은 25.6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틈타 이달 마지막 주에는 전국에서 11개 단지의 모델하우스가 문을 열고 본격 분양에 나선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주택 과잉 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서울·수도권 주택 공급 물량을 조절하기 위해 후분양을 유도하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제 공은 모두 국회로 넘어갔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등과 같은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주택 거래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꿈틀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추격 매수세가 약한 편”이라며 “집값이 본격 상승 국면에 접어드느냐 여부는 이번 정기국회의 부동산 관련 처리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