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나흘째↑..월간으론 `10년래 최악`(종합)

by이정훈 기자
2011.09.01 05:34:44

부양기대+지표선방..`뒷심부족` 소폭상승 그쳐
기술·통신주 강세..AT&T-스프린트 희비 엇갈려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8월의 마지막 날인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나흘째 연속으로 상승 마감했다. 경제지표가 대체로 양호한 가운데 백악관과 연방준비제도(Fed)의 부양 기대감이 컸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53.58포인트, 0.46% 올라 1만1613.53으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97포인트, 0.49% 상승한 1218.89를, 나스닥 지수는 3.35포인트, 0.13% 뛴 2579.46으로 각각 마감했다.

이같은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한 달간 지수 하락률은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컸고, 같은 달 수익률만 놓고보면 최근 10년만에 가장 부진한 8월 장으로 기록됐다.

이날은 개장전부터 차례로 나온 경제지표들은 희비가 엇갈렸지만, 지난달 미국 제조업주문이 전월대비 2.4% 증가했다는 소식이 큰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전월 수정치인 0.4% 감소에서 증가로 돌아선 것으로, 시장 전망이던 2.0%를 웃돌았다. 앞서 뉴욕과 필라델피아 제조업경기가 좋지 않았던데다 다음달 1일 발표될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나온 수치여서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8월 시카고 구매자관리지수가 56.5로 21개월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지만 시장 예상치인 53.3을 웃돌았고, 오토매틱 데이터 프로세싱(ADP)의 8월중 민간고용이 9만1000명 증가에 그쳤지만 부양 기대를 오히려 키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7일 고용 지원을 포함한 종합적인 경기 부양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이날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3차 양적완화에는 부정적이었지만, 장기국채로 갈아타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기술주와 통신주가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다.

미국 2위 이통사인 AT&T는 4위 업체인 T모바일을 인수하려던 계획이 미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제소로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으며 3.85% 하락했지만, 라이벌인 스프린트는 5.92%나 올랐다.

휴대폰 기지국업체인 아메리칸타워가 1.24% 올랐고 SBA커뮤니케이션스와 크라운캐슬 인터내셔널도 각각 1.4%, 2.65% 상승했다.

기술주 가운데서는 아프리카에서 뇌물죄를 지었는지 미 당국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에도 오라클이 0.72% 올랐고 소니는 새로운 태블릿PC를 내놓는다는 소식에도 오히려 0.27% 하락했다. 애플도 1.32% 하락했다.

대신 아마존닷컴은 최근 태블릿 판매 호조로 2.04% 상승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모기지사업 처분 소식에 0.74% 상승했고 헌팅턴뱅크와 PNC파이낸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이 모두 1%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 록하트 "장기채권 매입 검토..QE3는 일러"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연방준비제도(Fed)의 보유채권 만기를 장기화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해서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이었다.

록하트 총재는 이날 라파에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강연에서 "부진한 경제지표들이 최근에 잇달아 나오고 있고 실제 경제성장이 더뎌지고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올해와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며 "현재의 미국경제 성장 둔화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일본으로부터의 공급 차질 등 일시적 요인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록하트 총재는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어떠한 정책옵션도 배제할 순 없다"며 "경기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시나리오하에서는 추가적인 부양정책이 나와야할 것이고 또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QE3에 대해서는 "경제가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거나 리세션(경기침체 국면)으로 갈 때에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아직은 부정적임을 시사했다.

◇ 피치 "美은행 유럽리스크 통제가능"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는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 미국 은행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대해 "아직까지는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며 비교적 낙관적 전망을 보였다.

피치는 이날 미국 은행업에 대한 분기 보고서를 통해 "여전히 미국 은행들의 펀더멘털은 개선되고 있다"며 "총이익이 89억달러에 이르고 있고 매출성장이 여전히 견조한 가운데 낮은 충당금 비용으로 수익성도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은행들이 지속적인 비용 절감 노력을 하고 있는 등 엄격하게 잘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럽에서의 위기가 여러 국가들로 확산된다면 미국 은행들도 유럽 엑스포저가 더 커지면서 더 위험해질 순 있을 것"이라며 단서를 달았다.

◇ 글로벌 기관투자가 주식비중 `2년반 최저`

글로벌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내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비중이 5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 반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날 로이터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전세계 57개 주요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평균 비중이 49.2%로 낮아졌다. 7월의 52.2%보다 3%포인트나 더 낮아진 것으로, 최근 두 달 연속으로 하락했다. 특히 금융위기가 극에 달했던 지난 2009년 2월 이후 2년 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대신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를 늘렸고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기관들은 현금을 더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다.

실제 이들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비중은 36.1%로 전월의 35.3%보다 0.8%포인트 올라갔고, 현금 비중도 4.5%에서 5.8%로 1.3%포인트나 높아졌다.

◇ 美정부, AT&T-T모바일 합병 막는다

미국 2위 이동통신사업자인 AT&T가 4위 업체인 T모바일을 인수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미국 정부가 AT&T를 반독과점 위반으로 제소한 탓이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법무부가 AT&T의 인수계획을 막기 위해 반독과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당초 AT&T는 T모바일을 390억달러에 인수하려고 했었다. 법무부는 소장에서 "AT&T가 T모바일을 인수할 경우 통신시장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규제당국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 건에 대해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FCC의 줄리어스 제나코스키 의장은 이날 이메일을 통해 "이번 인수건으로 공정경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 것은 사실이지만, 위원회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규제당국이 이번 인수건을 최종적으로 반대할 경우 AT&T는 T모바일의 모회사인 도이치텔레콤에 30억달러에 이르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