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종료 임박...페인트·건자재 '방긋' vs 제지 '우울'
by노희준 기자
2024.09.23 06:05:00
美 빅컷 조치 따라 달러강세 약화 전망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고 내수 중심 기업 수혜
수출비중 높은 제지·보일러 가격갱쟁력 떨어져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강(强)달러 시대가 저물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고 내수 비중이 큰 페인트를 비롯한 건축자재는 실적개선이 기대되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제지업계 등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22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1원 오른 1329.1원으로 마감(오후 3시30분 기준)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됐지만 전날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우선 반영됐을 뿐만 아니라 추가 금리 인하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차단된 탓으로 풀이된다. 다만 2022년 9월 28일 1439.9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과 견주면 110.8원이 낮아졌다.
환율은 외환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달러에 대한 수요가 줄어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환율은 양국 금리 차 외에도 경상수지, 물가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결정되지만, 미국 고금리 시대가 끝나가는 것은 달러 약세 촉발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크지만 수출 비중이 적은 내수 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 페인트 업종이 대표적이다. 페인트는 수지(도막 결정 물질)를 용제(녹이는 용매)로 묽게 하고 안료(색)로 색을 부여해 코팅할 수 있게 만든 물질로 유성 페인트는 안료를 제외한 3개 원료가 석유화학 기반이다.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원자재 수입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
KCC(002380) 페인트 사업부문, 노루페인트(090350), 삼화페인트(000390) 등이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삼화페인트는 주요 원재료 중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평균 매출대비 원재료 비중도 60% 수준이다. 반면 고환율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완제품 수출 비중은 10% 안팎으로 크지 않다. 지난해 기준으로 수출 비중은 노루페인트가 13%, 삼화페인트는 6% 수준이다.
창호와 바닥재(장판) 등을 만드는 건자재 회사도 환율 하락을 반긴다. 건자재 주요 원재료가 폴리염화비닐(PVC)와 메틸메타아크릴(MMA)인데 이 역시 원유에서 추출해서 가공하는 자재라 수입되는 부분이 크다. LX하우시스(108670) 한 관계자는 “국내 건자재 업계는 원·달러 환율 하락을 반기는 분위기”라며 “달러를 베이스로 원재료를 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업 특성상 수출 물량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환율 하락과 맞물려 최근 국제유가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여 페인트나 건자재 회사 실적에는 유리한 국면이다.
국제유가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가격 기준으로 지난 10일 65.75달러까지 떨어져 1년 새 가장 고점이었던 지난해 9월27일 93.68달러보다 27.93달러 하락했다.
반면 수출 비중이 큰 회사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이 반길 일은 아니다. 일부 원자재 수입 부담이 줄어드는 측면이 없진 않지만 달러 표시 수출품 가격이 상승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다.
한솔제지(213500)와 무림페이퍼(009200)는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수출 비중이 50%에 달한다. 경동나비엔 역시 지난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68%에 이른다. 제지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이 하락해서 원화가치가 높아지면 수출 부문에서는 불리하다”며 “강달러 현상이 실적에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