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원다연 기자
2024.09.09 06:01:00
코스피 상장사보다 많아진 ETF
올해만 100개 넘는 ETF 신규 상장
일반 공모펀드 정체 속 ETF 급성장에 상품 쏟아져
시장 혼탁, 업계는 변경상장 기준 완화 요구
“빠르게 성장한 시장, 전반 개선사항 검토”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60조원에 임박한 규모로 성장하며 상장 ETF 상품 수가 코스피 상장사 수를 넘어섰지만 ‘좀비 ETF’ 등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 혼탁한 시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상장한 ETF 중 11개 중 한 개꼴로 상장 폐지 위험군임에도 상품이 제때 퇴출하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한 탓이다.
금융당국이 급격하게 커진 ETF 시장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변경 상장 기준을 완화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157조 52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120조 3777억원)보다 30.85% 증가한 규모다. 상장 종목 수는 이달 5거래일 동안에도 2개의 상품이 출시되면서 882개(6일 기준)에 이르렀다. 올 들어 3일에 한 개 꼴로 새로운 ETF가 상장한 셈이다. 새로운 상품이 쏟아지면서 ETF 종목 수는 코스피 상장사 수(845개사)도 넘어섰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되는 펀드다. 다양한 종목을 담고 있어 분산투자가 가능하고 일반 펀드에 비해 운용 수수료가 낮다. 추종하는 지수나 편입 종목에 따라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상품군에 투자할 수 있고 환매 시점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언제든 사고팔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공모펀드 시장이 정체된 반면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 같은 성장세에 올라타려는 자산운용사들이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시장이 단기간 내에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부작용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규모가 작고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 ETF가 쌓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시장에 순자산총액이 50억원이 되지 않는 ETF는 77개에 달한다. 작년 말(43개) 대비 79.1% 늘었다. 상장한 지 1년이 지나고 신탁원본액이 50억원 미만이면서 순자산총액이 50억원이 되지 않는 ETF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다음 반기 말까지 이 상태가 지속하면 해당 ETF는 상장 폐지된다. 순자산총액이 50억원이 되지 않으면서 3개월 평균 거래량이 1000주도 되지 않는 ‘좀비 ETF’도 33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ETF는 상장 폐지가 되더라도 순자산가치에서 세금과 보수를 차감한 해지 상환금을 돌려받을 순 있다. 다만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해당 ETF가 폐지됐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잃게 된다. 거래량이 적은 ETF의 경우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괴리율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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