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처럼 빠진 외국인…그래도 ‘이곳’은 담았다

by이용성 기자
2024.08.08 05:40:00

진정되는 ''공포''에도 외국인 자금 ''이탈 행렬''
실적 좋고 가격 매력 있는 기업은 ''장바구니''에
삼바·HD현대일렉트릭·SK텔레콤 등
"저가 매수세 유입에도 옥석 가리기 진행"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폭락했던 증시가 소폭 반등했으나 썰물처럼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를 연일 순매도를 이어가며 국내 증시에서 짐을 싸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은 자금을 철수시키는 와중에도 펀더멘털이 견고하고, 밸류에이션이 높은 종목들은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국내 증시에 유입되더라도 ‘옥석 가리기’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 전망했다.

7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6.26포인트(1.83%) 오른 2568.41에 장을 마쳤다. 지난 5일 8.77% 폭락 이후 이틀 연속 반등하는 모습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급격했던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는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또한, 일본은행 부총재가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엔화강세 우려가 진정됐다”고 강조했다.

공포가 진정되고, 반등은 했음에도 떠나간 외국인의 자금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가 급락한 지난 5일에 이어 이날까지 코스피를 순매도하고 있으며 3거래일간 총 1조 7184억원 규모를 팔았다. 외국인과 더불어 기관이 던진 물량은 개인이 고스란히 받았다. 같은 기간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총 2조 4429억원이다.



다만, 외국인은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기업의 펀더멘털이 견고하거나 밸류에이션이 긍정적인 종목은 장바구니에 담았다. 엠피닥터에 따르면 코스피에 큰 폭락이 시작된 지난 5일부터 3거래일간 외국인이 가장 큰 규모로 매수한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로 총 906억원을 담았다. 이 기간 코스피는 4.03% 떨어졌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38% 올랐다.

외국인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집중적으로 담은 이유는 역대급 수주에 이은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345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인 41.7% 크게 상회했다고 밝혔다. 또한, 하반기에도 4공장의 가동률 상승이 이어지고 있어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데다 미국의 생물보안법 제정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밖에도 외국인은 전력기기와 배전 기기 등 수요 증가로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HD현대일렉트릭(267260)을 641억원 규모를 사들였고, 통신업종임에도 2분기 영업이익률이 12%대에 달하는 SK텔레콤(017670)도 325억원 규모를 담았다. 두 종목 모두 인공지능(AI) 수혜가 기대된다는 공통점도 있다. 아울러 외국인은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수출 호조를 나타내고 있는 삼양식품(003230)도 대거 사들였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단기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저가 매수를 하더라도, 기업의 실적과 밸류에이션, 주주 환원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시가 진정세를 보이면 결국 기업의 펀더멘털을 따라 주가가 회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지난 5일 폭락장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2분기 실적발표에서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이날 하루에만 24.91%가 빠졌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영향이 남아 있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엔비디아 실적 등 8월 내 변동성 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라면서도 “낙폭 과도에 따른 저가매수세 유입될 때도 옥석 가리기 진행되는 흐름이고, 여전히 중요한 실적과 주주 환원”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