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정년제도 개편…1년 안에 노사정 합의 가능할 듯"[만났습니다]①
by서대웅 기자
2024.06.25 05:00:00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인터뷰
근로시간 유연화·고령자 활용 이견 없어
일본 계속고용제도, 대안으로 검토 필요
2015년 노사정 대타협 경험이 큰 자산
저출산 원인은 결혼 힘든 임금·근로시간
'공정한 보상' 논의에 국민들도 참여해야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근로시간과 계속고용 문제는 노사정이 1년 내 합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근로시간 개편 필요성과 고령 인력 활용에 대해서는 노사 간 이견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소속인 경사노위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다. 경사노위는 지난 2월 초 본위원회를 열어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미래세대 특위) △일·생활 균형 위원회(일·생활균형위)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 위원회(계속고용위) 등 1개 특위와 2개 의제별 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말 미래세대 특위가 발족했고, 일·생활균형위에 이어 오는 27일 계속고용위까지 출범한다.
김 상임위원은 이 가운데 근로시간과 정년제도 개편 문제를 다루는 일·생활균형위와 계속고용위는 노사정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 것이다. 다음은 김 상임위원과의 일문일답.
|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상임위원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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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어렵게 재개됐다.
△긴 터널을 빠져 나온 느낌이다. 미래세대 특위, 일생활균형위, 게속고용위에 더해 공무원 및 교원 노조활동을 위한 근무시간 면제 심의위원회까지 총 5개 회의체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다.
-특위에서 다룰 의제가 광범위하다.
△지난 12일 특위 2차 회의에서 4대 의제와 관련해 노사가 각각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산업전환’ 의제에서 노동계는 노동자 고용안정과 전환배치 및 훈련지원을, 경영계는 유연화된 근로관계 규율을 원했다. ‘불공정 격차 해소’ 부문에선 노동계는 사각지대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과 차별개선, 경영계는 청년고용 확대와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지원 확대를 말했다. ‘노동시장 유연안정성과 활력제고’ 의제에서 노동계는 고용안정 확보와 공공고용서비스 강화를, 경영계는 고용경직성 완화를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 의제로 노동계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와 노사자치 실현, 경영계는 노사 간 힘의 균형 회복을 위한 노사관계 법제 개선을 말했다.
-노사간 입장 간극이 크다.
△의제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리하는 작업만 2~3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 8월까진 특위에서 다룰 의제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데 시간을 쓸 것 같다.
-특위 기간이 최대 9개월인데 합의가 가능한가.
△특위 운영 목적은 논의 의제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데 있다. 특위에서 정리한 세부적인 의제들을 끄집어 내고 의제별 위원회로 전환해야 할 것 같다. 특위에서 대합의를 이루면 가장 좋겠지만, 의제를 구체화하고 향후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기본 방향만 나와도 괜찮다.
|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상임위원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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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일생활균형위)도 노사 간 시각차가 크지 않나.
△간극이 있지만 1년 내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 2015년 노사정 대타협이 최종 파기되긴 했지만 실근로시간은 단축하되 유연성을 높이자는 데 합의를 한 바 있다. 실근로시간을 줄이자는 데는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쟁과 디지털 산업 전환에 따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노사 신뢰가 있으면 노사 모두에게 유리하다.
-지난해 ‘69시간 파동’이 있었는데.
△당시엔 국민 공감을 얻어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노정 대립 속에 정부 주도로 개편에 나선 결과다.
-어떤 방식으로 개편되나.
△일본은 2018년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단행했다. 1075만엔(9500만원) 이상 전문직 노동자, 관리감독직엔 근로시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예를들어 지금처럼 글로벌 경쟁이 심한 반도체 시장 연구원이 주 52시간만 일하고 퇴근할까. 퇴근하더라도 집에 가서도 일할 가능성이 높다. 규제로 현장에서 편법이 생긴다. 충분히 논의하면 합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식으로 바뀐다는 얘긴가.
△해외의 개편 사례를 든 것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극복을 위해 통렬히 반성하고 그 결과로 도출한 개혁이라고 본다. 일본식 교훈이지만 개인적으로 모두 동의하진 않는다. 다만 우리도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성장이 멈출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정년제도를 다룰 계속고용위도 곧 발족한다.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2033년 65세로 오른다. 노동시장에서 고령자를 활용해야 한다는 데엔 노사 모두 이견이 없다. 이는 2015년 노사정 대화에서도 다룬 의제다. 이 문제 역시 합의가 가능할 거라고 본다.
-노동계는 정년연장을 요구하는데.
△문제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다. 청년 채용 문제와도 결부된다. 임금체계 개편 없이 획일적으로 정년을 65세로 늘리면 청년 채용 문이 더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2016년 정년이 현행 60세로 연장될 때 그나마 공공기관은 청년 고용을 늘렸다.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강하게 권고했고 그렇게 만든 재원으로 신규채용을 했기 때문이다. 반면 대기업들은 청년 고용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대안은 있나.
△일본식 계속고용 제도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04년 ‘고령자 고용 확보조치’를 의무화했다. 65세까지 정년연장, 정년폐지, 재고용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조치다. 일본 대기업들은 대부분 재고용을 하는데, 재고용에도 많은 선택지가 있다. 직접고용뿐 아니라 자회사로 재고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소기업 중에선 정년을 폐지한 곳도 많다. 우리나라도 정년제도를 획일적으로 갈 게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를 줘야 한다.
-정년제도 개편도 1년 내 합의할 수 있나.
△가능하다. 2015년 대타협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시 합의한 사항에 대해선 이번에도 가능하다고 본다. 근로시간, 정년제도 문제뿐 아니라 청년고용 활성화, 원·하청 및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일·가정 양립지원, 직업능력개발 확충과 관련해선 합의 선상에 가까이 있다. 다만 노사정 대화뿐 아니라 국민 관심도 필요하다. 이 문제가 공론화돼 많은 국민이 간접적으로나마 대화에 참여해주셨으면 한다.
|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상임위원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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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이 위기라고 노사정이 한목소리를 낸다.
△공정한 보상체계가 붕괴된 점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 노동시장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노동 격차는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문제는 과도하고 불합리하다는 점이다.
-원인은 뭐라고 보나.
△특권처럼 존재하는 ‘노동지대’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소득격차는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보다 소속 집단의 능력에 달려 있다. 그 집단의 내부자냐 외부자냐에 따라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 이를 허물지 않으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공허한 구호가 된다. 결국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공정한 보상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미래세대의 양질의 일자리를 어떻게 확보할지 고민해야 한다.
-저출생 문제는 노동 분야에서도 가장 큰 화두다.
△답은 명확하다. 결혼할 수 있어야 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결혼을 못하는 이유? 결혼하기 힘든 임금과 근로조건 때문이다. 공기업과 대기업 근로자는 정부의 물질적 지원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일터의 근무여건, 직장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1969년 경남 진해 출생 △성균관대 사회학 학사 △서울대 행정학·영국 워릭대 노사관계학 석사 △성균관대 행정학 박사 △행정고시 36회 고용노동부 입직 △세계은행(World Bank) 선임전문위원 △고용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 대변인, 근로감독정책단장, 기획조정실장 △(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