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머금자 전세계 애주가 손길…소주·막걸리 "풍미 잡아라"
by남궁민관 기자
2024.02.26 07:03:00
과일소주 등 혼합주 수출액 9137만달러 '역대 최고'
주요 수출국 중 중국·말련선 일반 소주보다 잘 팔려
롯데칠성, '순하리' 더해 '새로 과일소주' 채비 나서
서울장수·국순당 거부감 낮춘 '플레이버 막걸리' 전면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애주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국내 주류업계의 노력이 올해에도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소주와 막걸리 등 우리 술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많은 만큼 보다 편안하고 가볍게 음용할 수 있는 다양한 ‘풍미(플레이버)’를 주요 전략 카드로 꺼내는 모양새다.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이 막걸리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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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과일소주를 포함한 기타 리큐어(이하 혼합주)의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인 9137만달러로 5년 전인 2019년(2884만달러) 대비 무려 216.8% 급증했다. 대표적인 우리 술로 꼽히는 일반 소주(이하 소주) 수출액은 2019년 8974만달러에서 1억141만달러로 13.0%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혼합주가 소주의 수출액을 거의 따라잡는 형국이 됐다.
상위 수출국 중에선 이미 혼합주가 일반 소주를 앞지른 곳도 적지 않다. 지난해 소주 주요 수출국은 △1위 일본(3083만달러) △2위 미국(2355만달러) △3위 중국(1046만달러) △4위 베트남(793만달러) △5위 필리핀(447만달러) △6위 말레이시아(223만달러) 등이었다. 혼합주의 경우 △1위 중국(2655만달러) △2위 미국(2170만달러) △3위 일본(901만달러) △4위 말레이시아(291만달러) △5위 필리핀(280만달러) △6위 베트남(278만달러)으로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 혼합주가 소주보다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새로’를 앞세워 주류사업 재건에 나선 롯데칠성(005300)음료가 올해 제로슈거 새로 과일소주 출시를 예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대표 과일소주인 ‘처음처럼 순하리’가 2016년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꾸준히 수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여기에 새로 과일소주로 제품군을 늘려 해외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과일소주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지난해 인수한 필리핀펩시(PCPPI)의 현지 생산라인을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한류에 힘입어 2010년 전후 수출 호황을 누렸던 탁주(이하 막걸리) 역시 옛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이른바 ‘플레이버 막걸리’ 라인업 확대 전략을 내세웠다.
막걸리는 2011년 역대 최대 수출액인 5274만달러를 기록했지만 2010년 중반 주요 수출국인 일본 내 혐한 기류 등으로 기세가 꺽이며 줄곧 1200만달러대 수출액에 머물렀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유산균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막걸리 수요가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지난해 수출액은 1469만달러까지 소폭 회복됐다. 서울장수와 국순당 등 국내 주요 막걸리 수출업체들은 전세계 애주가들이 보다 편하게 막걸리를 접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다양한 플레이버의 제품을 선보이고 나선 셈이다.
실제로 서울장수 ‘허니버터아몬드주’는 지난 2022년 9월 출시해 1년여 만에 20만병 판매를 돌파했는데 이중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수요가 적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일본과 미국 등 수출에 나선 데 이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중국 수출용 제품 품목보고를 마치고 이달 중 현지 본격 판매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국순당은 밤, 딸기, 바나나, 복숭아, 청포도 등 다양한 플레이버로 쌀 막걸리 시리즈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라인프렌즈’ 캐릭터와 협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막걸리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 등 우리 술에 대한 세계 애주가들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라며 “편하고 가볍게 마실 수 있도록 플레이버 다양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