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소영 기자
2024.01.02 08:30:00
쇼룩파트너스 신유근 대표·권용현 이사 인터뷰
중동 국가 국부펀드들을 출자자로 둔 VC
중동·한국 투자시장에서 교두보 되고파
딥테크·콘텐츠·바이오·블록체인 주목
[이데일리 박소영 기자] “한국과 중동이 이렇게까지 사이가 좋았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 그만큼 투자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이를 발판 삼아 우리 회사를 중동의 블랙스톤으로 키우고 싶다.”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털(VC) 쇼룩파트너스(Shorooq Partners)의 신유근 대표가 밝힌 포부다. 중동에 기반을 둔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인 만큼 극동과 중동을 잇는 교두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신유근 대표는 지난 2017년 마흐무드 아디 대표와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신 대표는 “은행권이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주는 한국과 달리 중동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지분투자만을 받을 수 있었다”며 “자본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을 공략해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직접 VC를 창업하게 됐다”고 했다.
중동의 성장 가능성도 한몫 했다. 신 대표와 함께 쇼룩파트너스에 몸담고 있는 권용현 이사는 “1990년대 한국에서 벤처기업이 막 태동하기 시작했을 때 나온 1호 스타트업과 투자사가 지금 큰 규모로 성장해 테크 산업을 이끌고 있는데, 우리가 보기엔 중동도 이제 이런 타이밍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쇼룩파트너스의 현재 운용자산(AUM) 규모는 약 4000억원에 달한다. 중동 현지 출자자(LP)로는 ▲UAE 국부펀드(Mubadala) ▲ DFDF(Dubai Future District Fund·두바이 정부 소재 펀드)▲사우디 국부펀드(SVC·Saudi Venture Capital Company) ▲PIF 산하 벤처투자 펀드(Jada Fund of Funds)▲사우디 국책기관 산하의 타카몰(Takamol) ▲요르단 국부펀드(ISSF) ▲바레인 국부펀드(Al Waha Fund of Funds) 등이 있다.
쇼룩파트너스는 에쿼티 투자와 벤처대출 등 투 트랙으로 투자를 진행한다. 우선 초기 스타트업을 상대로는 에쿼티 투자를 주로 한다. 신 대표는 “최근 눈여겨보는 투자 분야는 ▲B2B 딥테크 ▲콘텐츠·엔터테인먼트 ▲바이오 테크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등 4개 분야”라며 “혁신 스타트업을 일찍이 발굴해 함께 성장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쇼룩파트너스는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탈출할 수 있도록 벤처대출도 지원한다. 벤처대출이란 VC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에 제공하는 대출이다. 성장 단계의 기업들이 주주 지분을 과도하게 희석하지 않으면서도 전통 금융권 대비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옵션이다. 쇼룩파트너스는 시리즈 B 이상의 기업에 이러한 형태의 투자를 한다는 방침이다. 쇼룩파트너스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애착이 깊다. 신유근 대표와 권용현 이사는 매년 3~4번씩 꾸준히 한국을 방문해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투자자, 업계 종사자, 정부기관 사람들을 만난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 대표는 “스타트업 육성을 채널로 삼아 중동과 한국을 잇는 것이 쇼룩의 미션”이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 기준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 대표는 재구매 및 재방문율과 글로벌 역량을 꼽았다. 그는 “오늘 100명이 특정 서비스를 활용했으면 내년에는 이들 중 몇 명이 다시 서비스를 찾을지가 관건”이라며 “고객의 선택이 곧 스타트업의 자생능력을 좌지우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했던 2년 전만 해도 스타트업의 수익성이나 현금흐름은 우선순위가 아니었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엔 자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 이사는 글로벌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역량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특정 국가에서 사업할 때 해당 국가에 맞는 트렌드와 문화를 잘 읽어야 하는데, 재구매 및 재방문율이 높다는 것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뜻”이라며 “국가나 사회가 바뀌면 그에 따라 사업을 보완하고 적용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쇼룩파트너스의 목표는 무엇일까. 신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알짜배기 스타트업 발굴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내년에 한국 스타트업에 총 1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벤처대출로도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동과 한국 간 교두보 역할을 확실히 하기 위해 국내 스타트업의 중동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도 했다. 신 대표는 “중동은 여러모로 사업을 전개하기에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이 많은 만큼 구체적인 파트너십 혹은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이들의 진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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