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10.12 05:00:00
나랏돈에 대한 공직 사회의 비뚤어진 인식을 보여주는 증거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국민 세금을 불투명하게 사용하거나 절제 의식 없이 써대는 도덕적 일탈엔 위아래가 따로 없고, 드러난 것도 일부에 그칠 가능성이 커 공직자들의 자정 노력과 함께 인식 대전환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잼버리 준비를 핑계로 전북도 등 지자체와 일부 부처 공무원들이 4년여간 100차례 이상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4월 영국 런던 출장을 다녀오면서 1박에 260만원을 지출하는 등 총 74일간 해외에 머물며 하루 평균 87만원을 썼다. 가스공사 임원 및 고위 간부들이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53차례 해외 출장에서 쓴 여비는 비슷한 직급의 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을 7600만원 이상 초과했다. 지난해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분을 원가에 반영하지 못해 부채가 2017년 말 대비 22조 7000억원 늘어난 49조원으로 불어나는 등 경영난이 심각한 상태였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법무부 장관 시절의 미국 출장비가 보고한 곳마다 들쭉날쭉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 질의에 낸 답변 자료에서 수행원 6명과 함께 6박 8일간 총 7813만원을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입수된 법무부 자료에는 수행원 11명과 함께 총 1억 713만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가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서 밝힌 보고서에는 수행원 5명과 함께 6840만원을 쓴 것으로 돼 있다. 박 의원은 “심심한 유감”이라며 “축소할 이유가 없다”지만 명쾌한 해명과는 거리가 멀다.
윤석열 정부는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고 민간단체 보조금을 대폭 줄이는 등 재정 건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지출 증가율(2.8%)을 역대 최저로 잡고 야당의 재정 확대 요구를 거부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공직 사회의 인식과 씀씀이가 변하지 않는다면 나라 살림은 무늬만 멀쩡할 뿐 속은 환부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고위직들의 솔선수범과 공직 사회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