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日 오염수에 수산물 안전 우려…원산지 단속 강화한다
by공지유 기자
2023.03.22 06:00:00
수품원, 수산물 원산지 관리체계 개선방안 연구용역
원산지 거짓표시 식당 189곳 중 47곳이 일본산 판매
오염수 방류 앞두고 불안 커져…"선제적 관리체계 마련"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다수 국내 횟집에서 일본 등 해외 수산물이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늦기 전에 수산물 원산지 관리체계를 손질해 수입 수산물 부정 유통을 차단할 계획이다.
21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수품원)은 지난 16일 ‘수산물 원산지 관리체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올봄에서 여름으로 예정된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원산지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속 강화방안을 선제적으로 찾으려는 취지에서다.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원산지 표시 위반 행위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수품원에 따르면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 업체는 △2020년 543개소 △2021년 783개소 △2022년 519개소 등으로 500개소를 웃돌고 있다.
이데일리가 이날 수품원이 홈페이지에 공표한 원산지 표시 위반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 1년(2022년 3월 22일~2023년 3월 21일)간 189개 음식점이 수산물의 원산지를 1회 이상 거짓으로 표시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분을 받는다.
특히 적발된 음식의 4분의 1 수준인 47곳이 원산지가 일본산인 수산물을 국산 등으로 속여서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북도 울진 한 음식점은 일본산 참돔회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했다. 일본산 참돔의 원산지를 ‘국내산, 일본산’으로 혼동해 표시한 식당도 있었다. 일본산 냉장갈치를 팔면서 국내산으로 표시해 판매한 횟집도 적발됐다. 국내산으로 둔갑한 일본산 방어, 멍게(우렁쉥이) 등도 다수였다.
배달 등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증가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구입경로도 다양화하면서 그에 맞는 원산지 표시 단속 필요성도 커졌다. 통신판매 등을 통해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업체는 2019년 37개소에서 지난해 54개소로 45% 증가했다.
한 업체는 마라탕과 마라샹궈에 들어가는 중국산 피쉬볼을 영수증에는 인도네시아산으로, 배달의민족 등 어플의 원산지 표시란에는 중국산으로 위장했다. 또 다른 업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원양산 마른꽁치를 팔면서 국산으로 거짓표시한 사실이 들통났다.
수산물 원산지 표시 대상업체도 매년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인력 확충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수품원이 단속해야 하는 음식점은 전국에 총 156만개소로 전년(146만개소)보다 10만개나 늘었다. 그러나 연간 단속 규모는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3만개소로 단속률이 10%도 되지 않는다. 해수부는 소비자 단체와 생산자 단체의 추천을 받은 명예감시원과 원산지 지도조사원(공무직) 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단속률을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후에도 일본산 수산물을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업체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수산물에 대한 국민 불신, 수산물 소비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유출 문제가 불거졌던 지난 2013년에도 수산물 소비 급감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수품원 관계자는 “농산물이나 다른 분야에 비해 수산물 원산지 단속과 관련해 인력 문제 등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서 “인력과 조직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등 개선방안을 찾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선제적인 수산물 원산지 관리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수산물 코너.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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