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헌신했는데…'적폐수사' 희생양된 예비역들[현장에서]

by김관용 기자
2023.01.17 06:00:01

기무사 민간 사찰 혐의, 지휘관 수사 안하고도 '유죄'
'블랙작전' 수행한 예비역, 하루 아침에 간첩 내몰려
정치권력 두고 실무자 책임 물리는 관행 종식돼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현재도 세월호 유가족 ‘사찰’ 관련 혐의로 당시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6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다. 하지만 최초 명령을 지시했던 지휘관은 자신의 결백과 부하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명령권자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전 정권은 ‘부당한 지시’를 전제로 부하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진행했다. 2월 초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한 예비역 장교는 “사령관 명령으로 성실히 임무를 수행한 군인들이 불법을 자행한 자들처럼 인식되는 것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간첩’으로 내몰린 예비역 장교도 있다. 그는 인간정보(HUMINT)를 담당하는 북파공작부대(HID) 팀장을 맡은 인연으로 26년간 처자식을 떠나 혈혈단신으로 북·중·러 국경지대에서 ‘블랙작전’을 수행했다. 하지만 전역 이후 들이닥친 국정원 압수수색으로 군사기밀 유출 혐의를 받게 됐다. 결국 무혐의를 받았지만 “비인가자가 기밀을 탐지·수집·점유하고 있다”며 다른 건으로 기소됐다. 그는 “전역하기 전 컴퓨터에 소장된 자료를 모두 삭제했는데, 국정원이 포렌식으로 복구해 검찰에 무리하게 기소 청탁을 했다”고 반발했다.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당시 합참에서 근무했던 모 예비역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이른바 ‘월북몰이’와 상관없는 위치였다. 그런데도 당시 위기조치 등을 매뉴얼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궁받았다. 불법감청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모 예비역 대령 사연도 억울하다. 그는 감청장비 시험평가에 참여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당시 시험평가 장비가 성능이 달려 채택하지 않았는데, 그가 모든 불법감청을 주도했다며 고초를 겪었다.

이들은 군복을 입고 근무할 당시 상급자의 명령에 복종하며 주어진 임무완수에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제대 후 평범한 예비역으로 군생활의 보람과 자부심을 간직하고 민간인으로서의 제2의 인생을 꿈꿨다. 하지만 군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러 정치적 ‘적폐수사’로 과거의 임무수행은 불법이 됐고 그 책임을 고스란이 이들이 지고 있다. 정작 책임져야 할 정치권력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이런 식이라면 어떤 군인이 국가와 상급자에게 충성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