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황병서 기자
2022.01.27 05:20:00
시대 뒤떨어진 관행에…짠테크 족들 ‘발 동동’
금융소비자 간, 20일 셈법 서비스 공유하는 일도
저축은행 ‘정기예금전용계좌’, 다수 통장 가입 가능하기도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30대 중반 직장인 김 모씨는 평소 월급을 한 푼이라도 아껴 알뜰살뜰 굴리려고 노력한다. 그는 지난 20일 시중은행 한 지점을 찾아 월 50만원씩 1년 만기 기준으로 4.4% 적금상품에 가입하려다 실패했다. 지난주에 한 저축은행의 계좌를 만든 것이 원인이었다. 적금에 가입하려면 은행 입출금 통장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20영업일 내에 입출금 통장을 여럿 개설할 수 없다”는 이른바 ‘1개월 1계좌’ 규제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김씨는 “4.4% 적금이 어디 있겠냐 싶어서 지점을 방문했는데, 상품에 가입하지도 못하고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승을 계기로 예·적금 수신상품 금리도 덩달아 오르며 ‘예금 재테크’ 바람이 다시 일고 있다. 금융 소비자들은 0.1%포인트라도 많이 주는 적금 상품 등에 가입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하지만 ‘1개월 1계좌’와 같은 낡은 관행 속에 A씨와 같이 제때 적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20일 이내의 통장 개설 제한 조치는 원래 보이스피싱 대포통장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자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를 통해 도입됐다. 예컨대 1월 3일에 계좌를 개설했다면 같은 달 31일이 돼야 신규 계좌를 만들 수 있다. 20일이 아닌 20영업일인 만큼 주말과 공휴일은 생략해야 해 사실상 한 달이 걸리는 셈이다.
현재는 이 같은 행정지도도 폐기된 상태이지만 이와 무관하게 금융사들은 여전히 이런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행정지도로 운영됐으나 현재는 이러한 근거가 없으며,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지키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관련한 근거가 없으며 일종의 관행처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A씨의 사례처럼 금융사들이 예·적금 가입 등에 있어서 입출금 통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고금리 특판 예·적금에 가입하려고 할 때 결국 20일 이내의 통장 규제에 발이 묶이곤 한다. 소비자들은 예·적금 가입이나 신규대출, 체크카드 이용 등 분명한 목적이 있는 고객에게 통장 개설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금융소비자 B씨는 “대출을 받는 것도 아닌 적금 상품에 가입하려고 하는데도 이 같은 규제가 있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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